리뷰

21세기형 T4 작전은 안락한 모습으로

교사 "독일 가정의 하루 생활비가 5.5라이히스마르크인데 유전병 환자 한 명의 하루 생활비와 치료비가 12라이히스마르크라면 독일 국민이 잃은 가치는 얼마가 될까?" 학생 A "이런 사람들을 돌보는 데 그렇게 돈이 많이 들면 어떻게 해야 해요?" 학생 B "죽여야지." 교사 "더 생산적이고 인도적인 해결책을 아는 사람?" 우생학에 기반한 나치의 장애인 학살 정책, T4 작전을 다룬 단편 영화 「우리 죄를 사하여 주옵소서」의 대사입니다. 나치즘 정훈교육도 아닌 산수 시간에 뺄셈의 예제로 들었을 뿐이라는 점에서 시대의 광기가 더욱 절실히 체감되지요. 『플랜 75』는 ‘더 생산적이고 인도적인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신청만 하면 10만 엔을 지급하고, 혹여나 적적할까 봐 예정일까지 담소를 나눠줄 상담원도 제공해요. 심지어 언제든 취소해도 괜찮다고 하니… 도대체 재원은 어디서 마련하는 건지 의아해질 정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행 3년간 1조 엔의 경제 효과가 발생했다는데요. 어떤 마법을 부린 걸까요? 정답은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이 정책, 75세 이상이면 누구나 자신의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제도인 플랜 75입니다. 더없이 온정적인 선의로 포장된 길의 종착점은 사회적 사망 선고예요. 국가가 정한 ‘죽어도 되는 나이’라는 가이드라인은 삶에 직결된 요소인 노동과 주거의 문턱부터 높입니다. 『10년』에 수록된 단편 「플랜 75」와 달리 굳이 "고위층과 중산층 고령자는 돈을 써서 경제에 이바지하니 죽지 않아도 된다." 같은 원색적인 대사를 넣지 않아도 충분해요. 살아있는 것 자체를 노욕으로 여기는 세상이 도래한 이상, 일거수일투족에 메이와쿠1)의 족쇄가 달린 것과 마찬가지니까요. 그래서일까요? 친인척은 담당할 수 없음에도 삼촌의 여생을 사적으로 챙기는 오카베, 전화상담 외엔 내담자와 접촉해선 안 됨에도 미치를 만나 시간을 보내는 나리미야… 청년층도 비정한 현실을 인지해 소극적이나마 저항하곤 있지만, 적극적인 행동으로 나서진 못해요. 침묵하는 다수와 숨죽인 채 사라져가는 소수 가운데 플랜 75의 성과를 자찬하는 뉴스만이 울려 퍼집니다. 다음 데드라인은 65세라네요. 『플랜 75』는 단순히 이슈를 던지는 것에 머무르지 않아요. 파격적인 오프닝에서 보여준 학살과 경기부양책의 미명하에 벌어지는 범국가적 제노사이드를 연결해 21세기에 다시금 자행된 T4 작전을 직시합니다. 사과나무 아래서 내일 또 만나자는 가사를 읊조리며 못다 한 삶을 이어가려는 미치지만, 황혼에 이른 그가 머무를 곳은 플랜 75가 그리는 이상적인 일본의 청사진엔 존재하지 않아요. ‘태양(日)의 근본(本)’이라는 국명이 무색해지는 개와 늑대의 시간입니다. 1) 메이와쿠(迷惑), 타인에게 누를 끼치는 행위를 극단적으로 지양하는 일본 문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