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송씨네
2024.02.22
우리는 한(恨)과 역사에서 자유로운가? 영혼들이 알려주마.
미국행 비행기에 남녀 두 사람이 앉아 있습니다. 무당인 화림과 봉길은 의뢰를 받고 미국 출장을 왔는데요. 울음이 그치지 않는 갓난아이와 정체 모를 소리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의뢰인 지용. 돌아가신 조상 묘가 원인이란 답이 나왔고 국내로 돌아오죠. 장의사 영근과 풍수사 상덕이 이들과 합류하고 조상의 묘를 옮기는 파묘(破墓)를 진행하기로 합니다. 이름없는 묘에 여우들이 나오는게 꺼림직합니다. 거기에 지용은 관을 절대 열지 말것과 바로 화장을 시켜달라는 까다로운 조건을 걸죠. 뭐 몇 억을 준다는데 그 정도 쯤이야… 화림의 굿판 속에 파묘가 진행되었지만 한 두 명의 방심으로 인해 불상사가 벌어지고 국내외에서 지용의 자손이나 친인척들이 줄줄이 사고를 당하게 됩니다. 겨우 사태를 진정시킨 것도 잠시. 이번엔 같은 자리에서 수직으로 묻힌 관이 하나 더 발견됩니다. 첩장(疊葬)이란 사실에 모두 난감해하죠. 여우가 범의 허리를 끊었다… 끝난 줄 알았던 이들의 불운은 다시 시작되고 있습니다. 묘를 옮기면서 기이한 경험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장재현 감독의 한국형 오컬트는 제대로 자리잡은 느낌이죠. 한국형 공포물은 안병기 감독이나 ‘여고괴담’ 시리즈로 이어질 듯 하다 잠시 끊기는 듯 싶지만 ‘곤지암’, ‘곡성’ 등과 같은 작품으로 가능성을 보이고 장재현 감독으로 쇄기를 박는데 단순한 공포가 아닌 악령과 사람의 ‘한’을 들고 나온 점에서 주목할만 하죠. ‘검은 사재들’과 ‘사바하’ 이후 여전히 그의 감은 떨어지지 않았다는 느낌입니다. 여섯개의 챕터는 시종일관 무겁게 흘러가다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하는 묘한 개그가 더해지며 전작들과 차별화가 생겼지요. 영근의 종교개그는 실제 장 감독이 절실한 개신교 신자여서 가능한 점도 있고 상덕이 위기에 처했을 때도 딸 결혼식 걱정을 하는 것, 봉길이 가위에 눌린 것을 해결하는 방식 등 무서운 상황인데 한편으로는 웃기죠. 무엇보다 후반부 역사를 건드린 부분이 인상적인데 대한민국의 허리와 같은 백두대간의 정기를 끊기위해 쇠말뚝을 박거나 많은 이들을 학살하는 등의 일본의 만행을 후반의 시간에 할애합니다. 의미있는 장면이자 시도임은 분명하지만 묘하게 이어질 듯 이어지지 않아 자칫 호불호가 생길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한국 공포물의 ‘한’이란 키워드와 역사 문제를 같이 건드려 묘한 오컬트물이 된 것이죠. 이 영화는 ‘고스트버스터즈’에 가깝다는 우스겟소리도 약간은 틀린 말은 않아보여요. 장재현 감독의 오컬트물 중에 잘하면 시리즈가 될지도 모르고요. (참고로 그의 영화 ‘검은 사재들’의 스핀오프 격인 검은 수녀들’이 준비중이기도 하죠. 감독은 ‘카운트’의 권혁재 감독이고요.) 오프닝에 화림은 미국행 비행기에서 승무원에게 일본인으로 오해받지만 당당히 한국인으로 말하죠. 하지만 일본 원혼에게 살아남기 위해 자신은 인간이 아니라며 유창한 일본어를 쏟아냅니다. 역사를 부정하는 것은 이렇게 전 뒤집듯 쉬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스스로 부정이 계속되는 순간 우리의 정체성을 잃고 말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