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순간이 우리를 붙잡는 것

돌아보면 엄청나게 큰 이벤트나 결정적인 사건들보다 아무것도 아닌 찰나의 순간들이 오랜 시간이 지나서도 계속 머릿속에 남아있는 경우가 많다. <보이후드>는 그런 느낌을 너무나 잘 살려낸 영화다. 영화 속 메이슨은 영화로 만들어질 법한 화려한 인생을 살지 않는다. 그런데, 링클레이터는 메이슨의 이 평범한 순간들을 클로즈업한다. 골목에서 혼자 멍 때리고 앉아있는 메이슨, 부모님, 친구들, 선생님과 나누었던 수많은 대화들, 아빠와 야구장에 갔을 때 홈런을 친 그 순간보다 혼자 음식을 사러 갔던 그 순간, 그 느낌 따위의 것들 말이다. 물론 중요해보이는 사건이나 순간도 있지만 영화 내내 별 의미없어 보이고 지극히 평범한 순간들이 이어진다. 그런데, 3시간이 지나 결말에 이르면 한 아이의 인생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결국, 그런 모든 평범한 순간들이 모여 지금의 우리를 만든 게 아닐지. 이 영화를 보며 그걸 느끼는 순간 내가 살아온 삶 속 몇 십 년전, 몇 달 전, 몇 일전의 그리고 지금 이 순간 겪고있는 모든 일들이 영화의 일부분이 된다. 이러한 인생 속에서 뭔가 더 있을 줄 알았다는 엄마의 말(”I just thought there would be more!..”)은 말로 다 할 수 없는 묘한 감정의 울림을 선사한다. 메이슨 자신도, 영화를 보는 관객도 어느덧 소홀해진 엄마의 인생에 관한 미안함도 있을테고, 비단 엄마의 인생 뿐 아니라 우리가 우리의 인생 자체에 대해 느낄 허무함이나 먹먹함 같은 것도 포함되었을 것이다. 순간을 붙잡으라고 말하지만 반대로 순간이 우리를 붙잡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