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제트별
2019.07.04
‘좋은 사람’이라는 것에 대하여.
<아사코> 이후 정말 오랜만에 극장에서 일본 영화를 관람했다. 편식 없이 모든 장르의 영화를 보려고 노력하는 편이지만 이따금씩 일본 영화 특유의 감성이 유독 땡기는 순간이 있는데, 게다가 올해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개봉작도 없어 아쉬움과 그 땡김이 교차하던 찰나 이 영화가 나타나주었다. 덕분에 그 갈증이, 조금이나마 달아났다. 먼저 다소 파격적이라고 할 수 있는 건 71분이라는 러닝타임이다. 작년 연말 관람했던 <더 파티>와 똑같은데, 흥미롭게도 두 영화 모두 체감 시간은 2시간 못지않았다. 물론 좋은 쪽으로. <더 파티>가 구강액션을 필두로 대화를 이용해 극을 채웠다면, <13년의 공백>은 상대적으로 기억과 여백에 의존하는 성향이 짙었다. 해서 그 잔잔함이 자아내는 파동은 꽤나 많은 생각을 하도록 만들었다. ‘가족’이라는 소재만큼 무궁무진한 스토리 원천이 또 있을까. 너와 나와 우리의 이야기일 수도 있고, 아니더라도 주변에서, 영화나 드라마에서 셀 수 없이 많이 접했을 여러 가족 이야기들은 더없이 시시콜콜해졌을 정도로 낯설지 않다. <13년의 공백> 역시 크게 특별할 것 없는 뼈대를 지니고 있는데, 다루는 방식이 꽤나 흥미롭다. 1시간이 조금 넘는 러닝타임만을 쥐고 있음에도 전혀 서두르지 않고 오히려 이래도 되나 싶을 만큼 여유가 넘친다. 곳곳에 배치된 플래시백으로 끊임없이 극을 환기시키고, 주요 인물들 간의 대화보다 그 대화 사이의 여백을 극대화해 개인적인 생각을 덧대게 만든다. 이어 이 흐름에 쿵하고 내려앉는 전환점은 기존의 분위기를 갑자기 뒤바꿔버리는데, 이질적이면서 자연스러운 그 전개는 영화 초반부에 비췄던 ‘비교’를 의도적으로 짓뭉갬과 동시에 주제 의식을 끌어올린다. 타인의 입을 통해 듣는 그의 이야기. 원망과 해탈로 구성되었던 감정에 끼어드는 일종의 다행스러움. 그는 좋은 사람이라고 보기 힘들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정말 좋은 사람이었다. 난 후자보다는 전자쪽에 마음을 두고 있으나 시간이 지나면, 이해라는 지점에 닿아 그의 삶을 다르게 바라볼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