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선우
선우
2018.01.20
영화가 시작되면, 관객들은 임신 테스트기를 손에 쥔 16살 소녀 ‘주노’와 마주하게 된다. 선명히 새겨진 빨간색 십자가. 영락없는 임신이다. 그러나 벌써부터 겁먹진 마시길. 제이슨 라이트먼은 지금 당신의 머릿속에 떠오르고 있는 그런 끔찍한 벼랑으로 극을 끌어 갈 마음이 전혀 없다. 좀 어리버리하고 서툴긴 해도 남자친구 블리커는 진심으로 주노를 아껴줄 줄 아는 순정남이며, 그녀의 아버지와 새엄마 역시 성숙하고 멋진 부모다. 오히려 그녀를 둘러싼 케어가 지나치게 건강해서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정도다. 무겁고 어려운 주제를 다루고 있긴 하지만, <주노>는 여느 평범한 성장 영화와 다를 바 없다. 버겁고 지난한 10개월의 여정을 또래보다 일찍 겪으며, 그녀는 한 뼘 더 성장한다. 위트와 쿨함으로 시종 스스로를 방어하는, 그래서 더욱 안쓰럽게 느껴지는 주노 역의 엘렌 페이지는 거의 이 영화의 전부라 말해도 과함이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