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BOGO
2024.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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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잃은' 사람과, 사랑을 '잊은' 사람 간의 추억 속 고요한 안부 이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도 아는 눈 덮인 설원에서 한 여자가 목청껏 소리지르면서 말하는 이 대사, "오겡키데스카, 아타시와 겡키데스! (잘 지내나요, 저는 잘 지내요!)" 사실 영화를 접하기 전에는 이 대사가 그저 죽은 연인을 그리워하며 외치는, 딱 그 뿐인 대사인줄만 알았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나면 이 대사에 함축된 의미를 알게되고 슬픔에 잠겨 가슴이 아플지도 모를 일이다. 본작은 두 여자와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다루는 로맨스 스토리다. 하지만 단순한 구조에서 발휘할 수 있는, 심도깊고 코끝이 시려워지는 가슴아픈 사랑 이야기를 차근차근 관객에게 꺼내온다. 한 남자와 사랑을 했던 혹은 사랑을 했으나 그게 사랑인지 몰랐던 여자의 이야기를 통해 기억 저 편에서 그 남자와의 추억을 어렴풋이 모아보게된다. 그리고 이를 통해, 단지 그 추억이 기억만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 편지와 그림, 글 등의 기록으로 남겨져있는 것을 보고 필자는 추억이 우리에게 전해주는 안부가 바로 이러한 기록을 통한, '고요한' 안부가 아닐까하고 되뇌어본다. 그리고 그 안부가 "잘 지내나요, 저는 잘 지내요!"라는 글을 너머 말로 표현되며 마음 속, 기억 속, 그리고 추억 속의 사랑에 대한 울분을 쏟아내는 것이 아닐까싶다.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영화 중 이 작품을 사람들이 손에 꼽을만큼 좋은 영화라 하는 이유를 보면서 알 것 같은게, 사랑을 이렇게 표현한 작품이 없다고 해도 될 만큼 희귀해서가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한다. 개봉한지 20년이 넘게 지난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에게도 몰입이 되고 여운이 남는 건, 사랑이란 감정을 가지고 본작만의 표현법으로 섬세하게 묘사되었고 그 묘사가 영화 전체적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고르게 퍼져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더욱이, 추억이라는 소재의 활용도도 뛰어났고 이러한 내용에 걸맞는 아름다운 장면의 미학은 지금 당장이라도 짐을 싸서 눈 오는 오타루로 가고싶게 만든다. 이러한 연유로 이 영화가 재개봉을 왜 이리 많이 하는지 또한 알 것 같다. 게다가 배우들의 연기 또한 훌륭한게, 영화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거나 눈치가 빠르지 않다면, 두 여자 주인공을 한 배우가 동시에 1인2역을 했음을 뒤늦게 알게 될 것이다. 분위기나 연기톤이 달라서 비슷하게 닮은 두 배우가 연기했다고 생각될만큼 나카야마 미호의 연기는 이 작품에서 빛을 발한다. 마지막으로 여담이지만, 국내 한정으로 마지막 장면의 오역(가슴이 아파서 이 편지는 보내지 못하겠습니다.)이 있는데, 제대로 번역하자면 "쑥쓰러워서 이 편지는 보내지 못하겠습니다."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오역이 영화의 결말부와 더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보는 나도 가슴이 아파왔기 때문이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