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BOGO
2024.03.25
.
이 영화 자체가 하나의 오케스트라 같다. 케이트 블란쳇. 이 이름 만으로도 그녀의 연기력이 떠오르며 마음 속에서 우러나오는 박수를 칠 수 밖에 없어진다. 그만큼 그녀의 연기는 언제나 빛을 발하며 임팩트있는 카리스마적인 면모를 더할나위 없이 발휘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작품에서 또한 주인공 '리디아 타르'를 완벽히 소화해내며 제80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드라마 영화부분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어냈다. 아무래도 현 시점으로부터 곧 있을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또한 여우주연상 후보로 노미네이트 된 만큼, 수상을 노려볼만 할 것 같다. 우선, 이 작품을 얘기하려면 그녀가 연기한 리디아 타르에 대해 말을 안 할 수 없다. 리디아 타르는 베를린 유력 교향악단 최초의 여성 수석 지휘자로 선출된 명성이 자자한 지휘자이자 작곡가라고 시놉시스 상에 설명된다. 이러한 스펙은 영화 상에서도 확실하게 보여준다. 음악계와 일반적인 대중들까지도 그녀의 명성과 인기를 인식한다. 그리고 그 명성과 인기만큼 수준높은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원석을 발굴해나가며 후원을 한다. 이러한 장면 하나하나로 그녀가 얼마나 높은 곳에 머물러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드문드문 보여지는 의미심장한 복선들을 관객들에게 보여주며 그녀의 칠흑같이 어두운 그림자로 보이는 무언가를 스리슬쩍 안내한다. 어찌보면 이 무언가는 본작에 대한 메시지처럼 보이기도 한다. 처음엔 그저 겉만 보여지면서도 서서히 속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보여지고 느껴지는 메시지 말이다. 이러한 과정은 마치 하나의 오케스트라, 그리고 그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다양한 음악들처럼 보인다. 사실 영화라는 예술은 실제로 오케스트라와 닮은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낸다는 것은 확실히 영화 제작진들과 오케스트라의 미묘한 공통점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이 더더욱 오케스트라 그 자체로 느껴지는 것은 오케스트라와 지휘자, 그 자체의 이야기라서도 있겠지만, 작품 자체에 내포된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이 사뭇 유사해보이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그저 겉으로 보이는 악기들의 연주를 듣고 그 사운드에 빠져들듯이 본작 또한 겉으로 보이는 각 인물들의 모습이 보여진다면, 끝으로 가서는 그 음악의 속살을 들여다보고 이 음악이 탄생할 수 있었던 그 과정을 느끼듯, 본작도 타르의 내면을 바라보고 그녀가 왜 이지경까지 오게 되었는가에 대한 과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잠시 현실에서 벗어나다가 끝에 가서 음악을 감상하는 나 자체의 현실을 마주하듯이, 영화 자체의 내용 또한 끝에 가서는 현실을 마주하는 듯 하다. 심지어 이 음악의 탄생과정을 어렴풋이 얘기하는 초반부 장면을 생각해보면 감독이 이를 의도한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처럼 유사하게 느껴지는 오케스트라적인 면모를 생각해보며 직접적으로도 오케스트라 그 자체의 느낌을 받는 요소가 또 하나 있었다. 바로 음악이다. 이번 음악은 《조커》의 음악감독 힐두르 구드나도티르가 맡았는데 확실히 조커만큼의 강렬함이 묻어나왔다. 케이트 블란쳇의 연기도 뛰어났지만 그 연기를 받혀주는 본작의 음악또한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다만, 영화를 보기 전 이 작품이 음악영화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이 작품은 음악에 대해서가 아닌, 예술이라는 단어 아래 벌어지는 인물 간의 내외면적 드라마를 보여준다. 이 점을 알고 본다면 정적인 분위기의 본작을 지루하지 않고 은은한 쫄깃함을 느끼며 관람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말인 즉슨, 일부 정적인 분위기 때문에 지루함을 느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살짝만 정적인 부분을 줄여도 되지 않았을가하는 개인적인 아쉬움을 남기며, 글을 마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