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마시마로
2019.07.24
기술 뒤에 사라진 감정과 영혼
2019년, 100% CG로 재탄생시킨 <라이온 킹>의 연출을 맡은 존 파브로는 3년 전 <정글북> 연출에 참여하였다. <정글북> 역시 1967년의 애니메이션을 CG로 되살린 디즈니 라이브 액션 무비다. 평가는 개개인마다 다르겠지만 명확한 기승전결과 실제와 구분이 가지 않는 CG 기술로 구현한 좋은 연출의 "실사화"였다. 소년 모글리의 모험에서 등장하는 모든 동물은 컴퓨터 그래픽으로 완성하였는데 그들의 감정이 얼굴 근육의 변화로 드러났다. 빌 머레이, 이드리스 엘바, 벤 킹슬리, 스칼렛 요한슨, 크리스토퍼 월켄, 루피타 뇽오, 샘 레이미(?) 등이 펼치는 풍부한 감정의 목소리들이 표정을 통해 확대될 수 있었다. 이는 배우 앤디 서키스의 연출작이자 넷플릭스 오리지널 무비 <모글리 : 정글의 전설>에서 더 극대화되어 실사를 지향하는 CG에 애니메이션의 감정 표현을 배치하였으나 '불쾌한 골짜기'에 넘어지는 바람에 좋은 반응은 얻지 못했다. 컴퓨터 그래픽은 영화 제작에 큰 도움을 주지만 어느 정도의 섬세함과 노력을 유지하지 못하면 관객들로부터 부정적인 반응을 일으키는 양면의 동전 같은 존재임이 분명하다. 풍부한 감정이 담긴 CG를 한 번 연출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단어 그대로의 "실사"를 위한 선택인지 모르겠지만 다른 선택을 한다 . 더 발전한 컴퓨터 그래픽으로 '어설픈지 안 어설픈지'의 경계를 넘어 '실제를 구현'하는데 집중한다. 심바와 닐라가 자주를 따돌리기 위해 행동하는 장면과 협곡의 물소 떼에 도망치는 장면, 스카가 무파사를 물소 떼로 떨어뜨리는 장면, 성장한 심바를 각성시키는 무파사의 환영 등 애니메이션에서 극대화된 감정을 드러내는 상황들을 아프리카 초원에서 펼쳐지는 실제 상황처럼 표현하였다. 심바가 기린 목을 타고 나무로 이동하지 않고 그저 물웅덩이를 달리면서 노래를 부른다거나 구름과 번개로 형상화하며 뚜렷하게 등장하는 무파사의 얼굴이 구름과 번개 - 흐릿한 형상조차 없이 자연 현상으로 대치되는 등 과장된 표현 대신 현실적 묘사로 일관한다. 이러한 연출로 인해 라이브 액션 <라이온 킹>은 디즈니 엔터테인먼트 영화라기보다 내셔널지오그래픽 다큐멘터리에 가깝다. 감독과 제작진의 의도가 실사를 구현하는 데 있다면 큰 성과를 이루었다. 동물과 배경의 질감은 컴퓨터 그래픽인지 깜빡하게 만들었으니깐. 그러나 "라이온 킹"을 보러 온 것이지 "동물의 왕국"을 바란 게 아니다. "동물의 왕국" 프로그램을 한 번이라도 봤다면 어떤 느낌인지 알 수 있다. 진지한 표정으로 움직이는 동물에게 감정이 풍부한 성우 연기를 덧칠한 모습에서 느껴지는 어색함. 그 어색함을 오랜만에 느꼈다. 무파사의 죽음에 자책하는 심바의 무표정과 달리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애절하고, 왕위를 찬탈하는 음모를 꾸미는 스카 역시 다양한 감정이 담긴 목소리는 심드렁한 표정에 가로막혀 있다. 그러다 보니 앞에서 언급한 '극대화된 감정'의 상황들이 가슴속에 와닿지 않는 현상이 발생한다. 실사에 근접한 연출과 극대화된 감정의 부재가 일으킨 부정적 효과는 클라이맥스에서 부각된다. 멧돼지와 미어캣, 코뿔새와 개코원숭이가 사자, 하이에나의 싸움에 끼어드는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애니메이션에서는 느껴지지 않았던, 실사화의 부정적 영향이다. 표현의 불쾌한 골짜기는 완벽하게 극복하였지만 감정의 불쾌한 골짜기는 더 깊어졌다. 부정한 방법으로 왕권을 차지한 친족을 물리치고 왕위를 물러 받는다는 이야기와 탄생, 성장, 죽음의 순환은 현대에도 통한다. 대신 "리메이크"에 맞춰 배경과 시대에 맞게 변주하고, 다양한 인물과 다른 이야기들을 첨가하여 전달한다. 하지만 <라이온 킹>에서는 그러한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상황의 실사화에는 신경 쓴 대신, 전개와 장면 연출은 애니메이션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 것이다. 트렌드에 민감한 디즈니답게 차후에 예정된 <인어공주>는 다인종 배우 캐스팅으로 변화를 주고, <뮬란>은 뮤지컬을 제외한 정통 역사물로 연출할 예정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기획과는 달리 <라이온 킹>은 "라이온 킹"이라는 브랜드가 일종의 한계로 작용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너무 강렬하게 느껴진다거나 오리지널의 맥락을 잃는다거나 해서 선을 넘지 않으려 했다. (중략) 오리지널과 똑같은 감정과 스토리 포인트를 잡아내는 동시에 오리지널에는 없었던 식으로 관객을 압도하면 안되니깐."이라는 감독 존 파브로의 의견이 그 근거가 된다. 애니메이션의 모든 요소를 존중하고 계승한다는 의미지만 한편으로는 변주와 창작을 통한 자신만의 해석을 넣기에는 힘들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그래서 원작에 대한 추억을 가진 사람에게는 새로움 대신 재반복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높다. 더 나쁘게 적으면 최신 기술로 포장한 추억 팔이다. "프라이드 랜드"라는 곳의 동물들을 그대로 카메라에 담아낸 듯, 컴퓨터 그래픽이라는 선을 넘어 실재를 완벽하게 재현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애니메이션에서 허용되었던 감정과 연출을 제거하고, 실제 물리 현상으로 대체한다. 그렇기에 이 영화를 실사화라고 해야 할지 3D 그래픽화라고 해야 할지 혼란스러울 정도다. 하지만 분명한 건 실제와 실재를 추구하다 보니 감정이 담긴 배우들의 목소리와 어우러지지 않아 아무런 감흥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위기와 상실, 슬픔과 기쁨이 존재하는 장면에서 밋밋함만 느껴진다. 분명 애니메이션의 연출 그대로 가져왔음에도 오히려 어색하기까지 하다. CG 기술로 놀라움을 주었던 영화는 이미 세상에 몇 차례 등장했다. 게임 회사 "스퀘어"를 "스퀘어 에닉스"로 바꾸게 한 사카구치 노부히로의 <파이널 환타지>(2001)와 3D 상영 열풍을 일으킨 제임스 카메론의 <아바타>(2009)가 대표적이다. 전자는 속된 말로 "쪽박" 찼고, 후자는 속된 말로 "대박"을 터트린 상황으로 정반대의 결과를 낳았지만 그 당시의 최신 CG 기술을 통해 자신만의 세계관을 표현하려는 의도는 같은 방향이었다. 그런 점에서 <라이온 킹>은 자신만의 세계관이 아닌 기존의 세계관을 정교하게 재현하는 데 그친다. 물론 기술의 발전은 앞선 두 영화의 그래픽을 그래픽으로 보이게 만들 정도지만 그 안에 감정은 절제되고, 영혼은 없어졌다. 정확하게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해야 할까. 앞으로 제작될 CG 영화들이 고민하고 극복해야 할 영역이 좁혀지고 있지만 아직 완전하게 해결되기는 시간이 더 필요한 듯싶다. 존 파브로의 이번 시도는 절반의 성공과 절반의 실패라고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