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신남정
2024.04.08
스포일러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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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멸망 이후의 지구가 아니라 지구의 모습을 문화재처럼 보존하기 위하여 비슷하게 꾸민 우주공간이었다는 설정은 재미있었는데 그 부분에서 멈춘 것이 아쉽다. '자신들이 아는 것이 세계의 전부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일부에 불과했다'는 얘기는 <트루먼 쇼>와 비슷하다. 그런데 등장인물은 방송사에 맞서 탈출한 트루먼(과 그 과정을 지켜보며 응원한 시청자들)이 아니라 업무 수행 중 사망한 과학자와 그 일행이다. 따라서 린 일행이 봐야할 것은 과학자 와카바를 구하러 온 동료들이다. 오히려 그보다 <미스트>처럼 와카바를 구하러 온 동료들이 붉은 나무를 처치하는 것이, 혹은 애니메이션의 이야기가 시작되기도 전에 끝나는 쪽이 고도화된 기술이 있는 세계의 설정에는 더 어울린다. 아니면 붉은 나무가 그 세계까지 다 멸망시키고 오랜 시간이 지난 후의 모습이라거나. 마지막 장면이 낙원처럼 그려진 것은 설정을 반쯤 포기하고 린 일행의 감정선을 이어나가길 택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장면 이후에 외계인들과 만났다고 한다면 기만이다. 발상은 좋았지만 감당하기엔 어려운 설정이었나 하는 생각도 든다. . 타츠키 감독에 대해 읽었던 글 중에 '자신이 보여주려는 것보다는 시청자들이 보고 싶은 것을 우선시한다'는 게 있었는데, 그렇게 본다면 이 작품에서 쓰인 방법은 나름의 절충인지, 섞여서 어중간해진 건지 모르겠다. 일단 내가 느끼기엔 후자다. . 어찌됐든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전작 <케모노 프렌즈>와 본작 모두 멸망 후 세계를 연상케 하는데, 아무리 고객 만족이 우선이라고 밝혔다지만 무언가 만들고 싶은 게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같기 때문이다. 애초에 보는 이의 만족도를 고려한다는 것은 자신이 뭘 하려고 하는가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다는 얘기다. . 여는 곡과 닫는 곡 모두 좋았다. 스코어도 다는 모르겠는데 좋은 것이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