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션 / 2018

2019.07.29 23:34:25
농밀한 오락성으로 무장한 올해 여름의 강자
<엑시트> 노스포 간단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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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다. 정말 재밌다. 솔직히 <극한직업>보다 훨씬 재밌게 봤다(그래서 <극한직업> 별점 깎을 예정이다). 영화에 별 관심없고 친구들하고 영화보러갈 때 이거 고르면 95%의 확률로 모두를 만족시킬 것이라 예상한다(5%는 취향의 영역에 맡긴다). 그리고 이 영화, 생각보다 유익하다. 부모들이 역사물 보여주겠다고 <나랏말싸미> 고르는 것 보다, <엑시트> 보여주면서 안전교육하는게 몇 배는 도움될 듯? 그리고 스토리의 스케일은 크지 않지만, 꽤나 스케일 있는 장면들 덕에 IMAX 포맷으로 보더라도 상당히 만족스러울 것 같다(한국 영화 IMAX 좀 늘어서 쿼터 좀 논아맥으로 안채우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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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지향점이 명확하다. "재밌는 영화를 만들자". 여기서 포인트는 '재밌는'이다. '웃긴'이 아니라 '재밌는'. 웃기려는 시도보다는 재밌는 시도가 성공할 확률이 높고, 이 영화는 그 사실을 아주 영리하게 이용한다. 이 영화의 러닝타임은 103분이다. 2시간이 넘어가는 영화들이 범람하는 요즘 과감하게 알짜배기만 모아 밀도높은 오락을 선사한다. 사연을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고 필요한 부분만 간추려 인트로를 구성하고, 영화 시작 후 20분만에 본격적으로 재난이 시작된다(시계로 시간을 봤는데 칼같이 20분 정도라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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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서사는 정말 간단하게 '살아남기 위해 높은 곳으로 올라간다'라는 문장 하나만으로 요약이 가능하다. 단순한 서사 속에서도 영화는 신파나 과한 설명처럼 구질구질한 것을 떼어내고 오로지 두 가지, 코미디와 재난 액션에만 몰두한다(물론 신파가 항상 나쁜 건 아니지만, 여기까지). 클라이밍과 활강 위주로 구성된 액션은 맛깔난 연출로 쫀쫀한 긴장감을 유지하며, 중간중간의 연결고리는 코미디로 단단하게 묶는다. RPG 퀘스트를 하나하나 해결해나가듯 적절하게 배치된 위기들은 과하지 않으면서, 그 가운데서 적정량의 웃음을 뽑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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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본업에 충실하다보니, 재미의 효율이 좋을 수밖에 없다. 동시에 '재난'의 상황에 한국적 요소들을 굉장히 자연스럽게, 동시에 효율적으로 녹여낸다. 마천루가 많은 한국 도시의 익숙한 지형지물을 효과적으로 배치하며, 여러 간판을 타고 클라이밍하는 등 '한국이기에 가능한' 장면을 잘 뽑아낸다. 거기에다가 BJ 문화, 해병대 꼰대 할배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클레멘타인>의 패러디 장면 등 다양한 요소를 코미디로 자연스럽게 녹여낸다. 고깃집 환풍구가 위기의 상황을 만들어내는걸 보면서 생각한 것은 제작진, 참 영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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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앞서 말하고 넘어간 것 처럼, 안전교육용 영화로도 상당히 유용하다(30%의 유머와 70%의 진담이다). 우리가 평상시에 간과하고 지나갔던 방독면의 위치, 길이 보이지 않을 때의 노란 보도블럭 활용, 구조 신호 요청 방법, 대피 순서 및 간이 응급처치법, 줄을 타는 올바른 자세, 한국 안전실태의 문제점 등등 다양한 지점을 자연스럽게 짚고 넘어간다. 이 지점은 영화를 유익하게 만들 뿐 아니라, 익숙함을 끌어내어 관객이 영화에 쉽게 친숙해지도록 한다. 영화 속의 재난은 비일상적인 상황이더라도, 영화가 친숙하게 다가오는 데에는 이런 디테일이 제 몫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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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말싸미>가 역사왜곡 논란으로 흥행 참패가 거의 확정된 이 시점에 <엑시트>와 <사자>, 그리고 <봉오동 전투>가 남았다. 아직 <사자>와 <봉오동 전투>를 관람하기 전이지만 장르의 특성을 생각해본다면 최종 승자는 <엑시트>가 아닐까 자신있게 추측해본다. 이만한 킬링타임 영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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