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라씨에이
2024.04.08
8.5/어제도, 오늘도, 앞으로도, 물론 지금 이 순간에도 열일하고 있을 고마운 유미의 세포들, 나의 세포들!
8.5/어제도, 오늘도, 앞으로도, 물론 지금 이 순간에도 열일하고 있을 고마운 유미의 세포들, 나의 세포들! / 인체의 작동 원리를 단순화하고, 세포 하나하나에 개성을 부여해 의인화해 놓았음. 엄밀히 따지자면 비현실적인 세계관이지만, 그래도 유미의 세포들처럼 나의 세포들도 열심히 투닥거리고 있을 거라 생각하니 나는 더이상 혼자가 아니니까 더 잘 해낼 수 있을 거란 용기와 자신감이 생기고, 동시에 내 세포들에게 좋은 것만 주기 위해서라도 행복하게 살아야겠단 책임감이 느껴지기도 함. 더불어 현재 내 세포들 중엔 어떤 세포가 가장 커다랗고 힘이 세며, 유미의 작가 세포처럼 내 꿈을 담당하는 세포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내 본심 세포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등등이 막 궁금해졌음. / 유미가 겪는 여러 사건 및 상황들 자체는 대부분 그리 대단할 것 없는 일상적인 것들 위주였음. 직장 상사와의 갈등과 퇴사 고민, 퇴사 후 불안정한 미래에 대한 걱정, 행복한 연애 생활, 이별의 순간 등, 보통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반드시 겪을 법한 그런 일들. 다소 전형적인 사건들이기에 다른 경우였다면 진부하고 뻔하다 느꼈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이 이야기에서만큼은 최적의 것이었다 생각하게 됨. 시시각각 변화하는 유미의 감정, 심리, 욕구, 상황 등등을 유미의 세포들이 그때그때 열일해가며 시청각적으로 묘사해주고 있기 때문에 유미 본체가 겪는 일이 단순하고 보편적일수록 보고있는 입장에선 세포들이 지금 뭘 하고 있는지 쉽고 빠르게 파악할 수 있었고, 공감대 형성도 훨씬 수월했으며, 상황과 조건을 제시해주는 유미 쪽 이야기보다 사실상의 메인이라 볼 수 있는 세포들의 이야기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음. / 원작 웹툰도 안 봤고, 드라마도 안 봤음. 그냥 대강의 설정 정도만 간략하게 알고있는 수준이고, 제대로 본 건 이번이 처음인데 예상 외로 세포들의 세계 속 설정이 견고하고 구체적이며 흥미로웠고, 세포 캐릭터들의 디자인이나 개성 등이 단순하고 직관적이라 작품의 세계관 및 설정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음. 감성, 이성, 불안, 사랑, 식욕, 본심과 같이 감정이나 욕구를 직접적으로 관장하는 세포들은 물론, 자린고비, 명탐정, 작가, 판사, 스케줄, 예의, 집안일, 징크스, 패션 등, 단순히 감정이나 욕구 등으로 나타내기에 조금 까다로운 것들은 특정 직업이나 개념에 빗대어 표현해 놓은 덕에 캐릭터들을 바로바로 파악할 수 있었음. 그리고 이런 개성 만점의 세포들끼리 투닥거리는 모습을 통해 유미에게 변화가 있을 때마다 그 변화를 창의적으로, 이따금씩은 병맛도 섞어서 풀어내 줌. 유미가 중대한 결정을 내릴 때 판사 세포가 세포들을 모아 재판을 진행하는 모습, 추억 대여소가 따로 있어서 옛 추억들을 비디오처럼 돌려보는 모습, 꿈 극장에서 세포들이 꿈을 영화처럼 관람하는 모습, 응큼이 세포와 예의 세포가 오른손 세포들에게 행동을 지시하는 모습, 평소에는 마음 속 깊은 곳에 갇혀있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튀어나와 논쟁을 종식시키는 본심 세포 등, 재미나고 기발한 상상력을 귀엽고 유쾌하고 친근한 세포들이 똥꼬발랄하게 전해줌. 이외에도 특정 세포가 지배적일 땐 그 크기가 커진다는 설정, 본체가 가장 큰 가치를 두는 세포는 사랑이처럼 히어로 같은 능력을 발휘하는 설정, 응큼이 세포가 날뛸 때 예의 세포가 이를 저지하거나 유미가 퇴사할 때 이성 세포와 자린고비 세포가 동조하는 등, 특정 세포들끼리 때에 따라 대립 혹은 협력하는 구도도 흥미롭고 재미났음. / 그림과 표현들이 참 정겹고 예쁨. 막 동작 하나하나가 엄청난 고퀄을 자랑하는 수준까진 아니어도 거슬리는 부분 없이 매끄럽게 움직이니 보고있기에 편안했고, 둥글둥글 귀엽고 이쁘고 사랑스럽게 표현해놓은 캐릭터들이 재치있고 그럴 듯하게 꾸며놓은 배경 위에서 부지런히 발랄하게 움직이고 있으니 보고 듣는 재미가 내내 준수했음. 또한 집안이나 회사 내부, 길거리의 풍경과 버스정류장, 광고판, 보도 블럭까지, 배경의 묘사에서 의외로 상당히 현실적이고 정겨운 포인트들을 발견할 수 있어서 현실 속 유미 이야기에 대한 몰입에 도움이 됐음. 다만 현실 인간 캐릭터들의 디자인이 딱 보기엔 예쁘긴 한데 다들 길쭉길쭉 늘씬늘씬 선남선녀로 단조롭기만 해서 좀 아쉬웠음. 물론 세포 캐릭터들도 기본 베이스는 다 거기서 거기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현실 쪽보단 허용의 범위가 넓기에 다소 비현실적인 설정이나 특정 포인트만으로 얼마든지 개성이 부여될 수 있는 데 반해 인간 캐릭터는 기껏해야 헤어 스타일이나 목소리 정도가 한계라서 좀 천편일률적인 느낌이었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