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샤일록
2024.04.26
그녀의 인생은 그의 도자기 인형으로만 남기엔 너무 아깝다
영화 <프리실라>는 '로큰롤의 제왕' 엘비스 프레슬리의 전(前) 배우자인 프리실라의 시점에서 바라본 두 사람의 연애와 결혼 생활을 그리고 있다. 관람을 마치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야기의 톤이 생각보다 건조하다는 것이다. 얼마든지 더 드라마틱하게 연출할 수 있을 법한 이야기인데도, 프리실라가 이혼을 결심하기까지의 감정 변화를 직접적으로 보여주기보다는 외양 변화 등으로 간접적으로 묘사한 점이 눈에 띄었다. 프리실라가 미성년자일 때부터 두 사람이 만남을 가졌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실제화된 이미지로 바라보니 두 사람이 데이트하는 장면이 더욱 위화감이 느껴지고 찝찝했다. 안 그래도 엘비스 역을 맡은 제이콥 엘로디 배우가 키가 굉장히 크고, 반대로 프리실라 역의 케일리 스패니 배우는 아담한 키를 가지고 있어서 더 그렇게 느껴졌던 것 같다. 다른 소피아 코폴라 감독의 작품들과 같이 화려하지만 러닝타임이 지날수록 오히려 갑갑함을 주고 주인공 내면의 공허를 부각시키는 미장센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스타의 배우자'라는 누구나 선망할 법한 화려한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실상은 엘비스의 폭력과 가스라이팅을 겪고 감옥에 갇힌 사람처럼 주체성을 잃어가는 프리실라의 모습이 미장센과 합쳐져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상영 후 진행된 GV에서 "역시 별은 멀리서 보아야 아름답다. 너무 가까이 가면 타버린다"는 말이 나왔는데, 여기서 최근 관람한 <차이콥스키의 아내>에 나온 차이콥스키를 태양에 비유한 대사가 생각나기도 했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생기는 것처럼, 프리실라를 비롯하여 <마에스트로 번스타인>의 펠리시아, <차이콥스키의 아내>의 안토니나처럼 스타의 그림자가 된 여성들의 삶을 재조명한 전기 영화들이 연이어 등장하는 일련의 흐름이 흥미롭게 느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