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애드 아스트라'는 제임스 그레이 감독의 우주 모험 영화로, 오래 전 우주 탐사 임무 중에 실종된 아버지가 전세계를 위협하는 전류 급증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는 말을 듣고 아버지를 막기 위해 우주로 향하는 주인공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잃어버린 도시 Z'에 이어 다시 한번 미지를 향한 모험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영화를 만든 제임스 그레이의 이번 작품은 주제적인 속편처럼 느껴졌다. 이 영화를 보며 여러 영화가 떠올랐다. 이곳저곳에 (우주 영화라서 그런지)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영향을 받은 듯한 군데가 많았고, 한편으로는 '에이리언 2'나 '인터스텔라' 같은 우주 영화들과 '블레이드 러너' 같은 SF 고전들을 오마주한 장면들도 있던 것 같다. 하지만 구조적으로 가장 유사했던 영화는 우주 영화가 아니라, 바로 '지옥의 묵시록'이었다. '지옥의 묵시록'은 월남전의 광기에 미쳐버린 장군을 찾아 베트남의 밀림을 따라 전쟁의 비인간성을 직접 목격하고 체험하는 영화다. 주인공은 그의 임무 도중 전쟁에 다양하게 미친 사람들을 하나하나의 에피소드들로 구성된 듯한 여정을 겪게 된다. 이 영화도 비슷한 구조를 따르며 주제의식을 전달하려고 한다. 한편 주제의식은 '그래비티'에 좀 더 가까웠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의 전제는 인간의 고독이다. 허나, '그래비티'와 달리 이는 주인공 개인의 고독과 무심함에 한정되진 않는다. 더 크게 보자면 광활한 우주의 유일한 지적 생명, 아니 유일한 생명체인 인류의 고독에 대한 영화라고 볼 수도 있다. 이 영화의 이야기는 주인공이 본인의 고독은 물론이고 인류의 고독에 눈을 떠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주위에 차갑고 공허한 진공만으로 둘러싸인 채 무한한 어둠의 공간을 유영하는 극심한 외로움 속에서 놓쳐왔던 것들과 소중한 것들을 떠올리기도 하지만, 그 외로움에 중독되어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을 상실하기도 한다. 다시 말해, 고독에 무심해지면서 사람다움을 잃는 것이다. 영화의 다양한 캐릭터들은 이 두가지 분류에 들어갈 수 있다고 볼 수 있고, 이 두 분류의 차이를 통해 주제를 이야기한다. 한편 인류의 고독은 후자에 가깝지 않을까? 인류는 자신들이 (아직까지, 그리고 상당한 확률로) 이 우주의 유일한 지적생명체임을 인식하고는 있지만, 그에 무심하다. 70억이라는 인간 개체수는 큰 숫자일 수도 있지만, 그 스케일을 우주로 넓히는 순간, 굉장히 작은 숫자가 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인간의 역사는 언제나 욕심과 분란과 전쟁으로 뒤덮여있다. 유일한 생명체들끼리 서로 못 잡아먹어 안달난 광경. 인류는 고독에 무심하다. 한편 이 영화의 외루음은 탐험 정신에 잠식된 자들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고, 그런 면에서는 '잃어버린 도시 Z'와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위험한 밀림 속에 들어가며 모든 것을 건 탐을 하면서, 결국 그 미지와 탐험 자체가 될 정도로 열정적인 탐험과 개척 정신을 동경하는 듯한 영화였던 'Z'와 비슷하게, 이번 영화 또한 탐험과 개척에 미친 사람들에 대한 영화다. 하지만 전작에 있던 동경의 눈빛은 사라진 채, 오히려 제임스 그레이는 이에 대한 회한을 느끼는 듯하다. 모험과 개척이 과연 인류의 발전에 그렇게 중요한가? 여러 사람을 미치게 하고 희생시킬 가치가 있단 말인가? 제임스 그레이는 '잃어버린 도시 Z'의 인물들과 비슷한 사람들을 다시 한번 다루지만, 이번엔 정반대의 이야기를 하는 듯하다. 그렇게 때문에 이 영화는 'Z'의 주제적 속편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같은 말을 이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전작을 부정하고 새로운 의견을 펼친다는 면에서 말이다. 다만, 이 영화의 중반부는 꽤나 아쉬웠다. 주인공의 심리적 여정의 시작과 끝은 굉장히 명확하고 아름답게 설정했으나, 그 중간 과정을 설득력 있게 전개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인물 전개가 좀 갑작스럽고 뜬금없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고, 후반부로 가기 위한 이야기도 살짝 엉뚱한 면이 있다. 이 영화를 보며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에는 굉장히 공감하며 감명도 받았지만, 그 메시지를 잘 전달했다고 보기엔 어려운 것 같아 씁쓸함이 많이 남는다. 제임스 그레이의 가장 대표적인 강점은 바로 영상미와 시각적 스토리텔링에 있다. 다만, 이번엔 시각적 스토리텔링은 브래드 피트의 독백에 많이 희석됐다는 점이 아쉽다. 하지만 영상미는 여전히 아름답다. 대기의 산란이 없는 우주 공간의 강렬하고 순수한 백색광부터, 냉철한 푸른 조명과 열정의 붉은 조명을 통한 스토리텔링과 구도 디자인, 그리고 필름을 고수하며 만들어내는 감각적인 이미지들까지, 제임스 그레이와 호이트 반 호이테마가 구축한 영상미는 훌륭하다. 다만, 시각효과는 꽤나 아쉽다. 필름 영화라는 점과, 많지 않은 제작비 때문에 CG 효과를 넣는게 분명 쉽진 않았겠지만, 일부 장면들의 연출은 너무 어색하고 딱딱하게 느껴져 아쉬웠다. 음악이 꽤 많이 사용됐기 때문에 음악감독 막스 리히터에 상당히 많이 의존한 것 같은데, 신스 사운드와 오케스트라의 조합이 만드는 신비하면서도 묘하게 숭고한 느낌이 있는 스코어는 굉장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