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Supreme
2019.09.22
스포일러 주의!
심연이라는 우주
근미래, 우주 비행사, 로이 맥브라이드는 몇 번의 우주 탐사 임무를 수행한 실력 있는 우주 비행사이면서, 동시에 전설적인 과학자이자 실종된 우주 비행사 클리포드 맥브라이드의 아들입니다. 지구는 갑작스러운 전자기 폭풍 현상, '서지'라는 재난을 겪고, 우주 사령부는 이 일의 핵심에 실종된 클리포드가 관여되어 있음을 깨닫고 로이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합니다. 영화 <에드 아스트라>의 초반부는 <인터스텔라>와 <그래비티>를 연상케 합니다. 전 지구적 재난, 가족관계, 그리고 저 위의 공간을 일종의 도피처로 활용하는 캐릭터들. 앞서 언급한 두 가지는 인터스텔라와 닮아 있고, 뒤의 이야기는 그래비티의 핵심 주제 중 하나였죠. 영화 내내 반복되는 장면은 주인공 로이의 심리 평가입니다. 주요한 일이 하나하나 있을 때마다 꼭 심리 평가 장면이 하나씩 들어가고, 어떤 의미로는 굉장히 친절하게 감정을 하나하나 전달합니다. 그러면서도 영화의 전반적인 묘사는 굉장히 담담합니다. 이 점이 이 영화를 조금 독특한 SF로 만드는 점 같은데, 영화가 그려내는 우주는 모험의 대상이나 경탄의 대상이라기보단, 지나칠 정도로 적막하고 지나칠 정도로 광대한 장소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는 그 광대한 우주 속에 상처받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의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의 우주는 관념적인 개념에 가깝고, 심리적인 부분의 묘사로 받아들여졌어요. 영화의 후반부는 <지옥의 묵시록>을 많이 닮아 있습니다. 특정한 목표에 대해 '집착'하다 '광기'에 물든 캐릭터를 중심에 놓게 됩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좀 아쉬웠습니다. 이야기의 동기이고 여기까지 온 이유였던 아버지가 주인공이 여정 중에 느꼈던 심연의 바닥이 아니라 오히려 혼자 도달할 때까지의 약 80일(영화상으로는 79일)이 그 심연의 밑바닥 같다고 느꼈거든요. 이 영화를 주인공의 심리적 상태를 중심에 놓고 볼 때, 아버지는 닮아 있는 거울이자 이미지화된 심연이지만, 그 최악의 상태를 주진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생명줄을 놓아버리고 그 상처를 도약점 삼아(핵폭발로) 돌아오는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필요했던 인물이지만, 이야기의 무게감과 도입부를 생각하면 CCTV나 교신을 제외한 파트에서 소모된 캐릭터로의 느낌이 짙게 남아있어요. 개인적으로 떠올랐던 다른 영화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와 <트리 오브 라이프>였습니다. <2001>의 우주는 광대하고 삭막하기에 감정적인 요소를 '제거'한 느낌의 우주 라면, 반대로 이 영화에선 광대하고 삭막하기에 감정적인 요소를 '억제'하는 우주라고 생각하거든요. 결론적으로는 이 '억제'라는 부분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하게 작용하지만. <트리 오브 라이프>는 부자 관계(와 브래드 피트), 심리적 내레이터의 존재. 그리고 결국 대면하는 장면까지의 유사성이 떠올랐습니다. 저는 어떤 의미에서는 <트리 오브 라이프>의 엔딩처럼, 이 영화의 마지막 대면도 일종의 초현실적 장면은 아닐까 싶긴 하더라고요. 어쩌면, 아주 어쩌면, 대면은 상징이지 실제론 없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영화에서 과학적 고증은 기대 안 하시는 게 좋습니다만, 별개로 영상의 임팩트는 굉장히 셉니다. <지옥의 묵시록>의 원제처럼 심연의 핵심(The Heart of Darkness)으로 끌려들어 가는 듯 어두운 지역으로 빠져드는 주인공의 모습이 인상적이기도 하고요. 심리 상태, 장소에 따라 다변하는 색들을 보는 맛도 있습니다. 영화의 모든 폭력은 철저하게 개인적으로 이뤄집니다. 우주의 뭐가 잘못해서, 뭐가 고장 나서, 가 아니라, 하나의 생명체가 다른 하나에 가하는 폭력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영화상에서 모든 캐릭터는 세라피스 호 승무원을 제외하면 한번 등장한 캐릭터가 다시 등장하는 일이 없습니다. 재회의 여지가 없다는 건, 캐릭터를 훨씬 더 고독하고 외롭게 만들기 위한 장치가 아닌가 싶습니다. ------------------------------------------------- 별개로, 영화가 그려내는 우주, 그리고 캐릭터의 성격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저 위를 일종의 도피처로 언급하는 장면이나, 가짜 웃음과 그럭저럭 괜찮은 관계 속에서의 외로움. 일종의 동질감을 느끼기 때문일까 싶기도 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