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조항빈
2019.09.23
'체인지오버'는 초자연적 힘을 가진 주인공이 마법, 마녀, 그리고 악의 세계를 만나며 저주에 걸린 남동생을 구하는 이야기다. 영어덜트 판타지 이야기와 흡사한 점이 많은 이 영화는 '트와일라잇'과 다르덴 형제의 만남과도 같다. 악에 맞서 싸우는 마법사 10대들의 이야기지만 인디스러운 접근으로 전개하는 이 영화는 특이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뉴질랜드의 겨울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의 세상은 상당히 사실적으로 묘사된다. 배경숏이나 부감숏 같은 특수한 구도들을 제외하면 이 영화는 거의 핸드헬드로 촬영됐다. 인물들의 움직임을 적극적으로 쫓아가는 카메라워크에 칙칙한 색감까지 더하니 다르덴 형제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도 자주 들었다. 판타지 영화라고 하면 보통 '해리포터'처럼 스펙터클하고 색깔이 빵빵터지는 광경을 기대할 수 있지만, 이 영화는 꼭 그럴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듯하다. 이 영화의 시각효과는 상당히 절제돼있다. 대신, 주로 편집과 전환을 통해 마법 같은 분위기를 자아냄으로써 이 세계관을 채운다. 그 결과, 이 영화는 거대한 액션이나 쇼다운 시퀀스로 장식된 시각적 요깃거리가 아니라, 악의 손길로 옥죄어오는 빌런과 그에게서 벗어나고 사랑하는 사람을 구하기 위해 무엇이든 하려는 주인공 사이의 심리 스릴러로 발전한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배우는 단연 티모시 스폴이었다. 이 영화에서 빌런을 맡고 있는 그는 '제시카 존스'의 킬그레이브와 흡사한 점이 많다. 하지만 킬그레이브의 데이비드 테넌트는 치명적인 마성의 매력을 뿜는 연기를 했다면, 티모시 스폴은 인자하고 따뜻해 보이지만 눈빛에서 어딘가 이상한 광기를 보인다는 것이다. 티모시 스폴의 연기는 실로 소름끼치고 무서우며, 감독들은 조명과 의상 등을 통해 그의 위험한 모습들을 계속 상기시켜준다. 주연 배우이자 신인 배우인 에레나 제임스의 연기도 상당히 좋았는데, 남동생을 돌보느라 강한 보호 본능과 거침없는 성격을 가지게 된 강인한 소녀 역할을 잘 소화했다. 어떤 면에서는 '헝거 게임'의 제니퍼 로렌스와 비슷한 점이 많았던 것 같다. 남자 주연 니콜라스 갤러친은 반면에 꽤나 연기가 딱딱했고 배우 본인도 모델 같은 얼굴과 체격을 가진 것 외엔 별 매력이 없어서 많이 아쉬웠다. 현실 세계를 토대로 하는 절제된 판타지 모험과 10대 소녀의 성장을 다룬 YA스러운 이야기와 이를 사실주의적인 연출로 접근하는 영화의 방향성은 굉장히 좋았지만, 안타깝게도 이야기의 디테일에서 좀 문제가 있어보인다. 판타지 세계인만큼 관객에게 이 세상의 규칙에 대해서 어느 정도 설명할 필요가 있었다고 보는데, 그 부분을 너무 대충 둘러대서 몰입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제일 큰 문제는 두 주인공의 로맨스였는데, 우선 사랑에 빠지는 과정이 거의 묘사되지 않았고, 무엇보다 두 주연 사이에 케미가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건조했다. 남동생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한다는 점을 통해 감정적 이입을 할 수는 있었지만, 이 러브 스토리는 매력은 커녕 오히려 몰입에 방해가 된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