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맨드로바
2024.06.01
전작보다 더 넓어진 장대한 세계를 이 악물고 멱살 잡듯이 끌고 간다.
올해 개봉한 영화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를 포함한 <매드맥스 시리즈>를 연출한 ‘조지 밀러’ 감독의 작품으로,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에서 여주인공으로 나왔던 ‘퓨리오사’(안야 테일러 조이)의 일대기를 다루는 스핀오프 작품입니다. 1970~80년대를 뒤흔들었던 SF 액션 영화 <매드맥스 시리즈>의 다섯 번째 작품으로, 4편 <분노의 도로> 이후 무려 9년 만에 나온 프리퀄입니다. <분노의 도로>에서는 ‘샤를리즈 테론’이 ‘퓨리오사’라는 강렬한 캐릭터를 연기했었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안야 테일러 조이’가 맡았습니다. ‘안야 테일러 조이’는 외모부터가 바비인형처럼 예뻐서 ‘샤를리즈 테론’만큼의 카리스마를 보여줄지 우려도 있었는데, 의외로 개성 강하고 나름의 강한 인상을 심어줘서 몰입이 잘 되었습니다. ‘디멘투스’를 연기한 ‘크리스 헴스워스’는 MCU에서 ‘토르’를 맡은 배우 맞나 싶을 정도로 전혀 다른 강렬한 캐릭터를 소화해내서 솔직히 좀 놀랐습니다. ‘멜 깁슨’ 주연의 <매드맥스 시리즈>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영화의 시초라고 불리고 있는 작품입니다. 포스트 아포칼립스(Post-apocalypse)는 자연재해, 핵전쟁, 바이러스 등 어떠한 이유로 인해 인류문명이 붕괴한 이후의 세계관 속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장르입니다. 그중에서 핵전쟁으로 지구와 인류가 거의 멸망한 이후 세계를 다루고 있었던 <매드맥스> 1편은 1979년에 개봉해 크게 히트 치면서 이후 시리즈로 제작되고, 후대에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다룬 많은 작품에 영감이나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사실 저는 <분노의 도로>를 보기 전까지 <매드맥스 시리즈>에 대해서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고 본 적도 없었지만 <분노의 도로>를 보고 한껏 푹 빠졌던 사람이라, 다음 편도 기대되고 오리지널 시리즈도 조만간 찾아보려고 할 만큼 시리즈에 대한 찬사를 줄 수 있었습니다.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는 말 그대로 분노로 가득 찬 복수심과 폭발적인 쾌감을 한껏 무장하고 질주하는 영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퓨리오사’가 거의 평생 겪었던 인생의 수난, 고통, 갈등 같은 요소들은 세월이 흐르고 그녀가 성장하면서 점차 분노와 원한으로 쌓여가고, 종점에 이르러서 서늘하게 폭발하는 형태로 이어집니다. 심지어 대사도 거의 없는 (‘디멘투스’에 비하면 정말 거의 없습니다) 캐릭터를 표정과 행동, 감정만으로 살리면서 관객들에게 공감과 쾌감을 선사하죠.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는 전작이 그랬듯이 강렬한 디자인의 자동차, 바이크들이 펼치는 장대한 액션에 초점을 두면서도 캐릭터들에 대한 서사도 추가하면서 <분노의 도로>와 차별점을 둡니다. 전작은 각 캐릭터의 현재 행동이나 외양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들의 목적은 있지만, 과거사는 굳이 보여주려 하지 않았죠. 하지만 본작은 제목에서처럼 ‘퓨리오사’의 수난사에 집중하면서 그녀와 그녀의 원수인 ‘디멘투스’ 캐릭터를 중심으로 전작보다 더 넓어진 장대한 세계를 이 악물고 멱살 잡듯이 끌고 갑니다. 그리고 ‘임모탄 조’(러치 험)나 ‘잭’(톰 버크) 같은 주변인들도 다 같이 끌고 가면서 서사성을 부여합니다. 등장하는 인물들이 타고 다니는 차량은 어디 폐공장에서 주워 온 것 같은 비주얼이지만 군인이 중 무장을 한 디자인을 갖추고 있어서 황량한 사막을 달리는 모습을 보면 그 자체로 영화의 캐릭터처럼 느껴지고, 탑승한 사람의 외형도 닮아서 일종의 분신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액션은 전작과 비교하면 카 체이스 신이 많이 안 나오는 편입니다. 하지만 상대를 저격하는 장면이나 낙하산, 행글라이더를 활용하는 장면은 꽤 참신하기 때문에 전작만큼이나 뛰어나고, 더 발전한 연출을 보여줘서 이 시리즈가 아직 녹슬지 않았음을 증명해줍니다. 영화의 스토리는 오랜 세월을 담고 있음에도 지극히 단순하지만, 핵전쟁 이후의 세계와 넓디넓은 사막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단 하나뿐인 풍족한 세상 녹색의 땅과 황폐한 땅 위에서 버티고 있는 가스 타운과 무기 농장을 통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환경문제와 지나친 권력에 대한 비판 등의 주제 의식을 담아내고 있다고 보입니다. 그런 이야기의 간단명료함을 묻어버리는 박력 있는 대부분의 카 체이스 신과 액션 장면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