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6.8/그냥저냥한 수준의 공포 스릴러 단편 모음집.

6.8/그냥저냥한 수준의 공포 스릴러 단편 모음집. / 일곱 편 중 엄선했거나 혹은 홍보를 위해 자신있는 에피소드를 고른 것일 텐데도 각각의 재미와 완성도가 아쉬운 편이니 나머지 에피소드들에 대한 기대도 떨어질 수밖에 없었음. 덕분에 궁금하긴 한데 기대는 되지 않는 상태가 돼버렸는데, 혹시 기대치를 낮춰서 나머지 에피소드들이라도 살려내고자 하는 전력인가 싶기도 함. 어쨌든 극장 개봉판만 봤을 땐 아쉬움이 더 큼. / 에피소드 간에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공통적으로 이야기 초반에 의문의 타로 카드가 등장해서 결말을 암시하는 패턴이 반복됨. 허나 각 에피소드의 이야기와 타로란 소재 자체에 딱히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어서 그저 에피소드들을 한데 묶기 위한 형식적인 소재임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는데, 과연 이게 제목으로까지 쓰일 정도의 대표성이나 영향력이 있는 건가 싶어서 좀 의아했음. <무서운 이야기> 시리즈, <신체모음.zip> 등 비슷한 류의 영화들을 보면 빈약하긴 해도 각 에피소드들을 아우르는 이야기를 만드는 성의라도 보이던데 이 영화는 그런 것조차 없이 에피소드 말미에서 타로 카드의 의미를 알려주는 걸로 퉁칠 뿐이었음. 물론 총 일곱 편이라는 에피소드들 중 세 편만 본 상태라 단정지을 순 없겠지만, 적어도 극장 개봉판만 놓고 보면 타로라는 소재는 그저 뜬금포이자 형식적인 틀에 지나지 않아 보였음. // <산타의 방문> 5.3/없었고요, 없었습니다. / 불편을 넘에 불쾌함과 짜증까지 유발하는 그지같은 빌드업으로 인해 새로울 건 없어도 은근 나쁘지 않다 싶은 반전마저 그냥 망해버림. / 마트 매니저 캐릭터를 너무 과하게 설정해놨음. 처음부터 대놓고 까칠하고 몰상식하며 상투적인 행동과 대사들만 남발하니 서스펜스 쪽의 불편함이 아니라 그냥 진짜로 불쾌하고 짜증이 치밀 뿐이어서 오히려 몰입에 방해가 됐음. 더불어 주인공의 행동도 답답하기 짝이 없었음. 당장 돈이 급한 상황이니 쩔쩔 매는 건 그럴 수 있다 치더라도 중간에 딸이 모르는 사람이랑 같이 있다는 걸 알게 된 상황에서 당장 미친 듯이 튀어나가도 모자랄 판에 매니저한테 사정 말할 것 다 말하고, 기다릴 것 다 기다리다가 뒤늦게 자리를 박차고 떠나는데, 그마저도 뛰어가긴 커녕 느긋하게 걸어가면서 전화나 걸고 있음. 이 꼴을 보면서 이 에피소드는 글러먹었다는 결론에 잠정적으로 도달했고, 이야기에 대한 몰입이며 캐릭터에 대한 공감 등이 곤두박질친 이후여서 막판에 드러난 반전의 임팩트마저 반감되는 결과로 이어지고 말았음. 일부러 불편한 상황들을 나열해서 장르적으로 써먹으려 한 의도는 알겠으나 그 방향성이나 정도를 잘못 설정해 놓은 탓에 역효과만 나버린 꼴이었음. / 앞뒤 안 맞고, 답답하며 짜증도 치미는 되도 않는 상황에 몰입하느라 애를 먹었을 배우 조여정에게 심심찮은 위로를 보냄. 이런 상황이라면 당연히 이런 반응이 나와야 마땅한데, 대본 속 주인공은 이러지 않고 저러거나 그러거나 하고 있으니 납득이 되지 않았을 것이고, 그러면서도 일단은 어떻게든 몰입해서 열연을 펼쳤을 텐데, 그 모습을 상상하니 안쓰러울 지경이었음. // <고잉홈> 7.3/피해의식, 과대망상에 찌든 볼펜 살인마의 스윗한 귀소본능. / 고규필의 연기가 캐리했음. 지금껏 가정도 잘 꾸리고, 번듯한 직장도 다니고, 남 부럽지 않게(?) 바람도 피울 줄 아는 나름 잘 나가는 삶을 살아온 듯 보이는 주인공이 단 하룻밤 사이에 별 것 아닌 이유로 무려 6킬이나 달성한 미친 살인마가 돼버리는 이야기이니 현실감 떨어지고 몰입이 저하될 법도 한데, 고규필 배우가 보여준 특유의 찌질함과 광기, 머뭇거림과 대담함 등이 혼재돼 있는 혼돈의 카오스 같은 연기가 이를 꽤나 성공적으로 무마해줬음. 처음엔 그저 휘둘리다 끝날 것만 같았던 주인공이 언제 돌변할 지 종잡을 수 없으면서도 뭔가 친근함이나 소탈함도 동시에 느껴지는 독특한 캐릭터로 각성해 버렸고, 그 덕에 당장 눈 앞에 펼쳐지고 있는 이야기만큼은 개연성이니 당위성이니 신경쓰지 않고 몰입할 수 있었음. 물론 그럼에도 영화가 보여주지 않은 앞 부분과 뒷 부분을 생각하면 이내 현실로 돌아오며 골치가 아파지려 함. 허나 이야기 전개 자체도 주인공이 어쩌다 그런 생각을 품게 됐는 지에 대한 자질구레한 과거 회상이나 후일담 등을 구태여 다루지 않았기에 차라리 앞뒤 따지지 않고 속 편하게 볼 수 있었고, 적어도 영화가 보여주고 있는 부분에서 만큼은 제법 나쁘지 않은 서스펜스와 재미를 느낄 수 있었음. / 가해자로 추정되는 인물과 영락없는 피해자로 보이는 인물 간의 전복을 통해 반전의 임팩트를 자아내려 하는데, 그런 것치곤 그 수가 진작부터 뻔히 예상돼서 그냥저냥한 해프닝만 벌어지고 말겠구나 싶었음. 근데 단순히 역할이 전복되는 걸 넘어 아예 더더욱 막 나가서는 주인공이 경찰까지 죽이는 미친 짓을 일삼아버리면서 반전이고 뭐고를 따지는 게 무의미해졌고, 그 덕에 다소 뻔하고 싱거웠던 반전의 밋밋한 임팩트가 딱히 단점으로 작용하지도 않게 됐음. / 이문식 배우는 <뉴 노멀>에 이어 이번에도 오해를 불러일으킴으로서 서스펜스를 유발해내는 입 거칠고 무례한 아저씨 역할을 맡았는데, 오해를 유발해내야 하는 역할이기에 종종 오버스러워질 때가 보이긴 했지만 그래도 이런 류의 일상적인 스릴러에 은근 특화돼 있는 배우임을 다시금 실감할 수 있었음. <뉴 노멀>에서보다야 훨씬 선량한 아저씨였지만, 어쨌든 오해였어도 충분히 당할 만했다는 생각이 들게끔 적절한 수준으로 불편함을 자아내줬음. 이문식 배우를 연거푸 이런 류의 역할로 접해버리니 이제 한동안은 다른 작품에서도 일단 등장하면 의심하게 될 것만 같음. // <버려주세요> 6.3/버려주세요, 나(였던 것들)을. / 잘 생긴 배달원 마음에 들기 위해 뚱뚱한 여자가 자기 살을 도려낸다는 설정 자체는 좀 단순무식하고 고리타분한 감은 있지만 그래도 꽤나 괴기스럽고 무지막지한 발상이긴 해서 썩 나쁘지 않았음. 허나 분장이나 미술, 빌드업, 톤 앤 매너 등, 나쁘지 않은 소재를 전반적으로 아쉽게 풀어내는 바람에 임팩트는 그리 크지 않았음. / 기억하기로 주인공이 여자한테 뚱뚱하단 식의 말을 한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여자는 자기 혼자 살에 집착해서 미친 짓을 벌였고, 이런 식으로 밑밥도 제대로 안 깔아놓고서 다짜고짜 극단적인 결말로 이어지니 좀 난데없다 느껴졌음. 또한 미술이나 분장이 썩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지 못해서 기괴한 발상에 비해 시각적인 만족도가 그리 높지 않았음. 살을 다 도려낸 뒤의 여자를 너무 매끈하고 정상적인 체형 그대로 둔 채 피만 잔뜩 바르고, 얼굴 쪽 분장만 덕지덕지 해놓은 탓에 그로테스크보단 조악하니 없어 보인단 느낌이 더 크게 남았음. / 끝에서 여자에 의해 망가진 채 사육당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사족으로 느껴졌음. 사람들을 끌어모아 줄 덱스한테 그로테스크한 분장까지 시키고 싶었던 모양이지만, 자기 살을 도려낸다는 광기어린 발상이 썩어도 준치라고 일말의 임팩트라도 남겨준 상황에서 그보다 명백히 충격도 덜하고, 오버스럽게 느껴질 뿐인 광경을 들이밀고 있으니 그냥 헛웃음이 터져나왔음. / '덱스 왜 연기 잘 하지;;;'란 생각이 계속 들었음. 웬만한 배우도 까다로워할 법한 쉴 새 없이 혼잣말 중얼거리며 껄렁거리는 양아치 캐릭터를 맡았음에도 오글거리긴 커녕 뻔뻔하고 능청스럽게 소화해냈음. 현실성 떨어지고 앞뒤가 맞지 않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음에도 덱스의 연기만큼은 내내 그럴 듯하고 안정적이어서 놀라울 정도였음. 스크린 속 클로즈업을 통해서 보니 얼굴 생김새나 연기 스타일이나 배우 이제훈이 언뜻 떠올랐음. / 덱스가 보여준 의외의 연기 실력과는 별개로 주인공 캐릭터의 행보와 초반의 빌드업 과정 전반은 현실성과 설득력 떨어지는 짓거리들의 연속이었음. 여자의 물 플러팅(?)과 이에 대한 주인공의 반응부터 해서 불편한 콜임에도 꾸역꾸역 찾아가서 단호한 거절 대신 궤변이나 늘어놓고, 쓰레기 봉투 속 고깃덩어리의 정체가 사람일 수도 있겠단 의심이 점차 확신으로 바뀌고 있음에도 시종일관 상황 파악 못한 듯 태연한 태도를 보이는 등, 코믹과 호러 사이를 괴상한 톤으로 넘나들기에 약간의 서스펜스가 감지되면서도 산만함과 혼란스러움이 갈수록 커졌음. 그렇게 내내 어정쩡한 장난스러운 톤을 고수하다가 막판에 별안간 피칠갑을 해대니 고어물 등을 즐기는 입장임에도 반갑기보단 좀 당황스러웠고, 그리 인상적으로 남지도 않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