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이소룡의 만가지 그림자와 다시 남은 하나의 이소룡

"만 가지 발차기를 연습한 사람은 두렵지 않지만, 한 가지 발차기를 만 번 연습한 사람은 두렵다" 한 때 이 말이 너무 멋있어서 이소룡이란 사람에 대해 잠시 매료된 적이 있었다. 이소룡의 시대에 살지는 않았지만, 이 영화를 직접 수입 배급하신 이경규 님처럼, 누군가에겐 '여전히 꿈'인 인물인 것 같다. 이소룡은 말 그대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와중에, 주연으로 고작 4편의 영화만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다. 아직 세상이 강력하게 이소룡을 원하던 때, 이소룡의 그림자로 살길 요구받거나, 혹은 그 그림자를 자처하기로 한 사람들이 자신의 이름 대신 이소룡(혹은 각종 짭소룡)의 이름으로 영화 속으로 뛰어든다. 그들이 출연한 영화를 쭉 톺아보며 그 자체의 재미가 있었지만, 무척 씁쓸한 것은 시대의 요구, 혹은 엄청난 이기심, 또는 인종에 대한 아직 미개한 의식들이 죽은 이소룡을 옳지 못한 방법으로 살려내기도 했다. 이소룡 대 스파이더맨 까진 그럭저럭 웃을 수 있겠지만, 지금의 시점으로서는 믿기지 않는 수준의 기기괴괴한 아류작들이 200편은 쏟아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세상이 기억하는 건 여전히 단 한 명의 이소룡. <이소룡-들>은 욕심에 의해 재단당하고 난도질됐던 이소룡을 놔두고, 이소룡의 그림자들을 다시 보는 이야기다.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이가 들어버린 그들. 세상이 이소룡을 기억하는데 큰 몫을 차지하고도, 기억되지 못하는 그들. 그러나 그 씁쓸함 어딘가에서 다시 뜨거워지기 시작하는 열정을 가지고 극장을 나설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