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촛불만 햇빛만으로 그리는 중세의 서양 정물화, 그런 고집스런 영화를 떠올려 보자. 큐브릭의 ‘배리 린든 (1975)’ 리들리 스콧의 ‘결투자들(1977) 그리고 이제는 브래너의 ‘올 이즈 트루 (2018)’ 까지 리스트에 올릴 수 있겠다. 야네스 감독의 스페인 풍경화 ‘알라트리스테 (2006)’까지 포함하면 보통의 서양 미술관 체험을 만끽할 수 있다. . 영화는 보다 느리고 정적이며, 덕분에 감정을 쏟아내는 순간에 좀 더 힘이 실린다. 우리의 일상은 대개 영화들보다 느리고 적적하며 뜻밖으로 감정적이니, 영화의 호흡은 실제에 더 가깝고 그래서 더 불편하다. 어둠속에 일렁이는 촛불과 정원의 구김 없는 햇살의 대비는 의도한 고요 속에서 아름다운 풍광으로 살아있지만, 인물들과의 거리감이 멀어서 나는 눈만 부시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