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안일희
안일희
2019.10.15
촛불만 햇빛만으로 그리는 중세의 서양 정물화, 그런 고집스런 영화를 떠올려 보자. 큐브릭의 ‘배리 린든 (1975)’ 리들리 스콧의 ‘결투자들(1977) 그리고 이제는 브래너의 ‘올 이즈 트루 (2018)’ 까지 리스트에 올릴 수 있겠다. 야네스 감독의 스페인 풍경화 ‘알라트리스테 (2006)’까지 포함하면 보통의 서양 미술관 체험을 만끽할 수 있다. . 영화는 보다 느리고 정적이며, 덕분에 감정을 쏟아내는 순간에 좀 더 힘이 실린다. 우리의 일상은 대개 영화들보다 느리고 적적하며 뜻밖으로 감정적이니, 영화의 호흡은 실제에 더 가깝고 그래서 더 불편하다. 어둠속에 일렁이는 촛불과 정원의 구김 없는 햇살의 대비는 의도한 고요 속에서 아름다운 풍광으로 살아있지만, 인물들과의 거리감이 멀어서 나는 눈만 부시고 말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