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조항빈
2019.10.19
'시크릿 세탁소'는 파나마 페이퍼즈 사태의 배경에 대한 스티븐 소더버그의 영화다. 한때 상당히 이슈가 됐던 파나마 페이퍼즈 유출 사태로 많은 유명 인사들이 논란에 쌓였었는데, 이 영화는 그 바탕에 있는 경제적이고 법적인 시스템과 그것들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해 재치있게 설명하는 영화라고 볼 수 있다. 큰 틀에서는 파나마 페이퍼즈 유출로 이야기가 나아가지만, 전반적으로 이 영화는 다양한 목적으로 정부의 눈을 피해 돈을 쌓으려는 사람들과 이를 가능케하는 법과 사회와 경제의 시스템에 대한 비판이 담겨있고, 이 시스템을 남용하는 자들에 대한 신랄한 풍자로 구성돼있다. 한마디로 이 영화는 돈에 미친 사람들이 만든 세상에 대한 이야기다. 아무래도 가장 비슷한 스타일의 영화는 '빅쇼트'일텐데, 코미디와 냉소로 가득찬 톤 뿐만 아니라, 제4의 벽을 깨는 구성, 재미있는 비유들로 어려운 개념들을 설명하는 방식 등등에서 유사한 점이 꽤나 있다. 다만, 이 영화는 두 가지의 큰 차이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는 구조다. '빅쇼트' 또한 다양한 캐릭터들을 동원하여 많은 서브플롯들을 전개했지만, 이 서브플롯들은 서로 긴밀히 연결돼있었고, 서로를 상보하며 전반적인 그림을 잘 설명해줬다. 하지만 이 영화 같은 경우는 여러 서브플롯들이 있지만, 서로 독립적이고 평행한 감이 더 있다. 주제적인 면에서는 일관성이 있긴 하여, 흐름을 깨거나 하진 않았으나, 뭔가 이야기를 조금 난잡하게 만드는 면이 있긴 있었다. 둘째는 이 이야기의 의의를 전하는 방식이다. '빅쇼트' 같은 경우는 서브모기지 프라임 사태의 발생 원인에 많이 집중하지만, 막상 그 사태가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해선 아주 크게 다루진 않는데, 아무래도 워낙에 큰 사태였고 꽤나 최근에 벌어졌기 때문에 관객이 다 알 것이라고 생각해서 그랬을 것 같다. 이 영화 같은 경우는 이런 묵직한 사건들의 연속이 일반인들에게는 어떻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해 아예 따로 주인공과 서브플롯을 부여하며, 계속 관객들에게 상기시켜준다. 그런 면에서 떠오른 것은 '국가부도의 날'의 허준호 서브플롯이었다. 큰손들의 움직임이 평범한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통해 뉴스에서 보던 것들을 체감하게 해주는 관점을 보여준 것이다. 그리고 스티븐 소더버그 특유의 무심한 듯한 톤이 그런 씬들에서 구현될 때에는 자신과 돈에 대해서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평범한 사람들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반영한 듯하면서도, 오히려 그 순간들의 감정적 충격을 더욱 부각시키는 듯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