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신문기자>는 정보를 통제하고 사실을 왜곡하며 여론까지 조작하는 정부에 맞서, 진실을 파헤치려는 언론의 이야기를 큰 틀로 가져가고 있다. 마치 우리나라의 ‘그 9년’ 동안과 판박이로 봐도 무방할 일본 정부의 행태는 낯설지 않게 와닿는데, 그간 우리 역시 얼마나 끔찍한 세상에서 살았던가 새삼 느끼게 된다. 물론 그 당시 팔다리가 잘려 탄압이라 부르짖었던 언론도, 충실하게 정권의 나팔수 노릇을 하던 언론도 현재는 입과 손을 모아 아주 열심히 기울어진 운동장을 일구고 있다는 게 코미디이긴 하지만. 심은경 배우가 일본으로 건너가 이 작품에 출연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영화 관람 전부터 호기심이 증폭되었고, 영화 안에서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지만 현 일본 정부, 아베 내각을 저격하는 내용이나 다름없었기에 관람 후에도 꽤나 인상 깊은 감정이 자리 잡았다. 사실 스토리가 마냥 신선하지는 않았는데, 이건 이 영화의 문제라기보다는 이미 우리가 비슷한 시대를 살았었기 때문이란 느낌의 탓으로 돌리는 것이 좀 더 설득력 있어 보였다. “이 나라의 민주주의는 형태만 있으면 돼.” 극 중 등장하는 이 대사는 영화의 핵심을 찌르는 동시에 현 일본 사회를 노골적으로 가리킨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라는 허울 좋은 껍데기와 정권 유지가 곧 이 나라의 안정이라는 그럴듯한 신념으로 많은 소중한 것들을 얼마나 무참히 무너뜨리고 있는지 영화는 생각보다 더욱 매몰차게 조명한다. 이 작품은 색감까지 활용해 친절하게 두 집단을 표현하는데, 정부의 내무성은 시종일관 파랗고 서늘한 분위기로, 진실을 파헤치려는 신문사는 채도 높은 복작복작한 분위기로 나타내 둘을 극명하게 대비시킨다. 더불어 계속해서 인물들의 얼굴을 클로즈업한다. 이는 국민들을 입맛대로 뼛속까지 사찰하고 압박하는 정부의 행태와, 진실을 밝히려 대상을 향해 가까이 다가가는 기자의 눈을 동시에 떠오르게 하는, 양가적인 느낌을 자아내게 만든다. 모든 걸 마치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이, 그저 그냥 있을법한 해프닝 정도로 전부 틀어막고 국민들은 그저 그 ‘형태’에 맞춰 조용히 살아가면 된다는 정부의 자세는 악랄하기 그지없고 참혹하다. 개인의 삶뿐만 아니라 가족, 주변의 인물들에게까지 칼을 뻗는 그 지독함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결국 굴복이라는 열매를 집어 들 수밖에 없다. 영화는 그 틈을 비집고 ‘올바른 기자의 길’을 교과서처럼 제시하면서도, 그 길의 쓰라림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위대한 결심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교훈과 함께. 그래도 우리는 완벽한 승리의 깃발을 들 수는 없을 것이다. 뭐든 복합적으로 이어져 있는 이 사회에서 승자와 패자를 보기 좋게 나눌 수는 없는 법이니까. 영화 역시 지극히 현실적인 매듭을 지으며 엔딩 크레딧을 끌어올린다. 허나 진실을 향한 길을 결코 벗어나선 안 된다는 건 분명하다. 옳은 길을, 옳은 방향으로 가야 좀 더 나은 세상이 오리라는 것 역시 분명할 테니까. 비단 언론인뿐만 아니라 우리도 순간순간 떠올릴 필요가 있을 에리카의 말을 곱씹어 본다. “그런 이유로 스스로를 납득시킬 수 있나요? 그렇게 살아도 됩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