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réer 님의 영화 <판소리 복서> 리뷰 - 키노라이츠
코미디 / 2018

2019.10.20 23:27:14
사라짐의 사랑, 판소리 복서
“사라짐의 사랑”

어느 유행가의 가사처럼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질까.
그래서, 당신의 지난 사랑은….

‘판소리복서’의 병구는 펀치 드렁크 증세로 기억을 빠르게 잃어간다. 어쩐지 총명함도 함께 잃어 이젠 동네 바보형이 돼버렸다. 그럼 에도 지난 사랑의 불빛은 희미하게 남아돈다. 불현듯 현상되는 섬광 속에 과거 연인 지연과 판소리 복싱하는 자기가 있다.

현재 병구의 스텝은 과거와 현실, 환상이 뒤섞여 계속 꼬인다. 새로운 관원 민지가 살짝 잡아 줄 뿐, 막을 순 없다. 뒤늦게 병구의 상황을 알게 된 박 관장은 얼마 남지 않은 그에게 기회를 준다. 실패할 것을 알면서도 병구의 꿈인 선수 복귀를 도와 다시 미트를 낀다. 민지도 장구를 잡아 판소리 복싱에 장단을 맞춘다. 마침내 링 위에서 서게 된 병구. 얼쑤! 한바탕 판소리 복싱에 불꽃이 튄다.

영화에 대한 감상 이전에 지난 (나만의) 기억에 스텝을 밟아본다. 2014년 2월, 한예종 영상원의 제16회 졸업영화제. 당시 가장 많은 갈채를 받은 두 작품이 있었다. 바로 <뎀프시롤: 참회록>과 <12번째 보조 사제>다. 후자의 경우 다음 해 <검은 사제들>이란 제목으로 장편 개봉되었고, <템프시롤: 참회록>은 5년의 세월을 지나 리부트에 성공했다.

동년배 정혁기 감독의 불꽃은 5년을 돌아 ‘판소리복서’로 발화되었고, 영화 속 병구의 복싱도 새하얗게 타올랐다. 그래서일까. 민지와 병구가 주고받던 대사는 마치 감독 자신에게 했을 독백처럼 들린다.

“죽을 때 후회하고 싶지 않으면, 하고 싶은 거 해야 하잖아요.”

‘판소리복서’의 가장 큰 특징은 ‘갑분피식’이라는 홍보 카피처럼 상황에 맞지 않는 부조화를 즐긴다는 점이다. 병구의 비극, 민지와 로맨스, 교환의 신파를 섞어 -병구의 맹구스러움과 우습게 진지한 대사로 간헐적 코미디 장르를 창조한다.

일반적인 잽-잽-원투; 원투-쓰리-포의 콤비네이션이 아닌, 뎀프시롤 같은 변형 된 포즈의 영화다. 이 개성 탓에 올라오는 대중들의 평도 청과 홍코너로 극명히 나뉜다.

‘판소리복서’의 백미는 제목 그대로 판소리 복싱 장면이다. 신나는 판소리 장단에 힘있게 뻗는 병구의 주먹과 리드미컬한 몸놀림이 만나 새로운 에너지가 폭발한다. 신조어로 표현하면, -판소리 복싱 스웩에 개썰린다.

사나운 혼합과 변주 속 ‘판소리복서’에는 하나의 진심이 들어있다. 그것은 사라지는 것에 대한 사랑이고, 끝까지 안으려는 태도다. 이 바보스러움이 영화의 진심이다.

한물간 비주류의 문화-스포츠인 판소리와-복싱을 주소재로, 사라져가는 브라운관 TV, 필름 카메라와 사진, 컨츄리 팝과 재개발이란 오브제를 촘촘히 엮어 사라짐에 대한 아쉬움을 말한다. 영화 속 인물들은 이것을 끌어안으려 하고, 변하는 시대는 이들을 떼어놓으려 한다. 나와 세상, 그것을 연결하는 도구에 간극이 깊다.

마지막, 영화는 병구의 환상 씬으로 바보스러운 사랑에 손을 슬쩍 들어준다. 정작 현실에 병구와 지연, 포먼 모두 죽은 시간으로 떠났는데 말이다….

그래서 내겐 바보스러운 사랑이 꼭, 행복과 직결되지는 않는다는 비극으로 크게 다가온다.

우리는 살아가고 사랑한다.
사라지는 것을 끌어안는 사랑이건

살아있는 것을 시작하는 사랑이건
당신의 사랑이 행복과 더 가까웠으면 좋겠다.

진짜 바보라서 행복한 게 아니라,
바보같이 행복한, 현명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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