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타잔
2024.06.30
부실시공의 설계
아주 어릴적이였다. 정말 재미 없고 밋밋하고 뻔한 영화를 보고 나서 우연히 그 영화의 오리지날 시나리오를 보게 됐다. 그 시나리오를 보면서 나는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그때 느꼈다. 아무리 좋은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들도 형편없는 거들이 많은 것 처럼 아무리 좋은 시나리오라도 좋은 영화가 되는 것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물론, 좋은 시나리오는 좋은 영화가 충분히 중요한 기반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텍스트로 된 시나리오가 아닌 영화를 보고 느껴지는 시나리오의 형평성에서 많이 떨어지는 영화들도 분명히 있다. 이요섭 감독의 <설계자>는 그러한 의미에서 시나리오 부터 많이 떨어지는 영화다. 영화라는 매체는 다양한 예술들의 혼합체이기도 어느 하나만으로 국한되어질 수 없지만 편집과 시나리오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 어느 장면을 넣고, 어디에 넣고, 어떤것을 빼야 하는지에 따라 영화는 천차만별의 의미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설계자>의 텍스트 시나리오를 보고 싶은 마음도 들지는 않지만, 이 영화의 텍스트 시나리오와는 상관 없이, 편집에서도 영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 그렇기에 이 영화의 시나리오에 대한 부실함은 충분하게 관객들에게 어필한다.원작이 있는 영화를 리메이크 한 영화 임에도 전혀 이해가 되지 않고 부실하다 못해 황당한 우연으로 범벅이된 설정들을 OTT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범람하는 시대에 우리는 이 영화의 경쟁력을 무엇으로 받아들어야 할까. 영화의 수 많은 부분 중 하나만 부실하게 느껴져도 엉망으로 느껴지는 순간이 있지만. 이 영화는 그러한 케이스는 아니다. 시나리오와 편집은 물론, 좋은 연기자들이 즐비함에도 연기에 대한 퀄리티는 전혀 느껴지지 않고 캐릭터들의 공감대도 전무하다.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다. 사고와 살인의 차이를 말하려고 했던 것 같은데 그 의도와는 상관 없이 벌어지는 상황들과 그것들을 만들어가는 서사의 부실함은 영화 보는 내내 거슬릴 정도다. 특히 감독의 시선으로 받아들어야 하는 주인공들의 모습도 너무 앞뒤가 맞지 않아 황당한 순간을 수시로 경험하면서 이들이 말하려고 하는 것도 전혀 설득력을 발휘 하지 못한다. 한국 영화의 흥행부진의 핑계를 올라간 극장 입장료와 OTT의 범람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것들을 차치하고 영화적으로 봤을때, 이런 영화들이 나온다면 그 어떤 상황이라도 관객들의 지지를 받을 수는 없을 것이다. 좋은 영화만 있다면 관객들이 온다는 말은 아직도 나에게는 유효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