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집 없는 자들의 공포

2016년에 개봉한 영화 <서울역>은 <부산행> <반도> <정이>를 연출한 ‘연상호’ 감독의 작품으로, 천만 관객을 돌파한 <부산행>의 직전 이야기를 다룬 프리퀄 애니메이션입니다. ​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에서 폐막작으로 최초 공개된 바 있으며, 같은 세계관인 <부산행>이 개봉하고 몇 주 뒤에 개봉했습니다. ​ 부산으로 가는 KTX를 향해 좀비들이 들이닥친다는 단순한 설정 하나만 가지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호평을 받았던 <부산행>의 뒤를 이어 서울역을 중심으로 정체불명의 좀비 바이러스가 퍼지게 되는 과정을 설명합니다. ​ 하지만 같은 세계관을 구성했다기에는 연결고리가 느슨하게 이어져 있고 엉성한 점이 몇 가지 보입니다. 좀비 바이러스의 원인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은 점은 그렇다 칠 수 있지만, 두 영화의 계절부터가 다르고 좀비들의 특성. 시간상으로 봤을 때도 두 작품의 간격이 좁혀지지 않는 점 등 앞뒤가 안 맞는 모습이 종종 보입니다. ​ 하지만 <부산행> <반도>로 이어지는 유니버스로서가 아닌 ‘연상호’ 감독의 <돼지의 왕> <사이비> 같은 애니메이션 작품과 연관시켜서 보면 썩 괜찮은 작품입니다. ​ <돼지의 왕>과 <사이비>는 학교폭력과 사기 치는 종교라는 매우 암울한 소재를 주로 쓰고 있고, 주연이든 조연이든 착한 놈은 찾기도 힘들며, 다수가 낮은 사회적 지위를 가진 상태에서 힘들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 희망이라곤 찾아보기 힘든 세상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통해 강도 높은 사회적 비판을 가했던 두 작품처럼 <서울역>도 여기에 좀비라는 장르를 추가했습니다. ​ <부산행>의 사람들은 평범한 서민들이지만 <서울역>의 사람들은 가난하다 못해 밑바닥에서 허덕이는 사람들입니다. 제대로 된 도움도 못 받는 노숙자들, 가정이 파탄 난 사람들, 원조교제를 하는 가출청소년 등의 떠돌이 인생과 사회적 문제들은 집 없이 사는 이들을 더욱 몰아붙이고 있죠. ​ 그리고 결말로 갈수록 좀비보다 더 무서운 건 결국 인간이라는 암담한 현실을 알게 됩니다. 좀비는 대화는 안 통하지만, 그 자체로 분노를 표현하고 있다면 인간은 의사소통을 할 수 있음에도 도와주기는커녕 총구를 들이밀 뿐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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