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맨드로바
2024.07.05
집 없는 자들의 공포
2016년에 개봉한 영화 <서울역>은 <부산행> <반도> <정이>를 연출한 ‘연상호’ 감독의 작품으로, 천만 관객을 돌파한 <부산행>의 직전 이야기를 다룬 프리퀄 애니메이션입니다.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에서 폐막작으로 최초 공개된 바 있으며, 같은 세계관인 <부산행>이 개봉하고 몇 주 뒤에 개봉했습니다. 부산으로 가는 KTX를 향해 좀비들이 들이닥친다는 단순한 설정 하나만 가지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호평을 받았던 <부산행>의 뒤를 이어 서울역을 중심으로 정체불명의 좀비 바이러스가 퍼지게 되는 과정을 설명합니다. 하지만 같은 세계관을 구성했다기에는 연결고리가 느슨하게 이어져 있고 엉성한 점이 몇 가지 보입니다. 좀비 바이러스의 원인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은 점은 그렇다 칠 수 있지만, 두 영화의 계절부터가 다르고 좀비들의 특성. 시간상으로 봤을 때도 두 작품의 간격이 좁혀지지 않는 점 등 앞뒤가 안 맞는 모습이 종종 보입니다. 하지만 <부산행> <반도>로 이어지는 유니버스로서가 아닌 ‘연상호’ 감독의 <돼지의 왕> <사이비> 같은 애니메이션 작품과 연관시켜서 보면 썩 괜찮은 작품입니다. <돼지의 왕>과 <사이비>는 학교폭력과 사기 치는 종교라는 매우 암울한 소재를 주로 쓰고 있고, 주연이든 조연이든 착한 놈은 찾기도 힘들며, 다수가 낮은 사회적 지위를 가진 상태에서 힘들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희망이라곤 찾아보기 힘든 세상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통해 강도 높은 사회적 비판을 가했던 두 작품처럼 <서울역>도 여기에 좀비라는 장르를 추가했습니다. <부산행>의 사람들은 평범한 서민들이지만 <서울역>의 사람들은 가난하다 못해 밑바닥에서 허덕이는 사람들입니다. 제대로 된 도움도 못 받는 노숙자들, 가정이 파탄 난 사람들, 원조교제를 하는 가출청소년 등의 떠돌이 인생과 사회적 문제들은 집 없이 사는 이들을 더욱 몰아붙이고 있죠. 그리고 결말로 갈수록 좀비보다 더 무서운 건 결국 인간이라는 암담한 현실을 알게 됩니다. 좀비는 대화는 안 통하지만, 그 자체로 분노를 표현하고 있다면 인간은 의사소통을 할 수 있음에도 도와주기는커녕 총구를 들이밀 뿐이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