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제트별
2019.10.26
인간다움에 대한 질문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우리는 경계에 내던져진다. 바다 위에 떠있는 커다란 배. 육지 위의 풀. 물과 뭍의 경계에 한 사람이 서있다. 그리곤 손으로 풀 위의 벌레를 집어 들었다가, 이내 다시 내려놓는다. 우리는 이 사람이 벌레를 두고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 알 수 없다. 그런데, 이 사람은 남자인가 여자인가? 아니 그전에, 사람이 맞는가? ‘티나’는 출입국 세관에서 일하고 있다. ‘그녀’의 업무는 사람들의 수상한 물품들을 발견하는 것으로, 큰힘을 들이지 않고 곧잘 잡아내는 걸 보면 솜씨도 굉장히 좋아보이고, 동료들의 신임도 꽤나 두터운 것 같다. 여기서 두 가지가 재밌다. 첫번째는 초반부터 강렬한 인상을 주며 존재 자체가 어떤 경계에 서 있는 듯한 티나가 어떤 경계의 대표적인 장소라 할 수 있을 세관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점이고, 두번째는 그녀가 후각으로 수상한 사람들의 물품을 찾아낸다는 점이다. 후각, 냄새는 경계를 대함에 있어서 자유롭다. 냄새의 유무 혹은 향기로움과 역겨움 같은, 이쪽과 저쪽의 경계를 구분 지으면서도, 자유로이 경계를 넘나든다. 더불어 냄새는 우리가 인위적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숨긴다고 숨겨지지 않는, 어쩌면 가장 불가항력적인 기운이자 감각이라 할 수 있겠다. 나아가 더 재밌는 건, 티나는 냄새로 사람들의 수치심이나 분노 같은 감정을 느낀다는 점이다. 이는 곳곳에서 티나가 ‘활약’하고 ‘파악’하는 요소로 활용되고, 영화는 또다른 불가항력적 대표주자인 그 감정에까지 손을 뻗는 것으로 보인다. 티나가 경계에 서있는 듯한 모습은 계속해서 나타난다. 집의 개들은 티나를 보면 미친 듯이 짖어대고, 티나는 맨발로 숲을 산책한다. 음식도 잘 먹지 않는데, 중반부에 들어서면 그 이유가 확정되지만 이미 이 시점부터 영화 초반의 그녀가 벌레를 집어 들고 무엇을 하려 했나 조심스레 유추가 가능하다. 그녀의 일상은 ‘보레’의 등장으로 전환점을 맞이한다. 관객들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는 ‘성별’과 ‘존재’에 대한 충격적인 경계를 선사한다. 당연히 남자인 줄 알았던 보레는 여성의 성기를 가지고 있고, 티나는 남성의 성기를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누가 남자이고 여자인가? 나아가 보레는 그와 그녀의 존재가 인간이 아닌 트롤이라고 알려준다. 보레는 그렇다 치고, 그동안 인간 사회에서 인간처럼 자라고 생활한 티나는 그럼 인간인가 트롤인가? 여기에 보레는 한 층을 더 쌓는다. 그가 낳은 히시트라는 존재. 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는 히시트는 아이인가 아닌가? 아니, 남자인지 여자인지, 인간인지 트롤인지, 아이인지 아닌지, 우리가 만들어놓은 경계를 가지고 그런 구분을 하는 게 과연 의미가 있을까? 다시 돌아와서, 티나는 인간으로서의 삶을 버리고 트롤의 삶을 살아갈 마음을 먹는다. 경계에 서 있던 티나가 그렇게 한쪽으로 기울 때, 그간 이분법으로 오려냈던 경계에 브레이크가 걸린다. 인간과 트롤 사이, 악마가 끼어든 경계는 결국 허물어지고, ‘옳은 것’에 대한 관념이 고개를 든다. 영화의 마지막, ‘아이’를 앞에 둔 티나를 보며 생각한다. 인간다움을 가르는 경계를, 다시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