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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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4

스포일러 주의!

가치 증명없는 가치 주장에는 어떤 가치가?

지키고 싶은 무언가가 있다. 그런데 이 영화에는 '왜'와 '어떻게'가 빠져있다. 시작부터 영화의 개연성과 설득력이 절반 이상 날아가 버린다. 서사에 집중하기 어려우면 인물에게 이입이라도 해야 하는데 이쪽도 영 아니다. 주인공은 영화를 찍기 위해 움직이는 영화감독이면서 영화를 찍을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추억을 찍겠다고 하면서, 진주 초행인 주인공은 촬영할 영화가 아닌 로케에 집착한다. '삼각지 다방'은 서진주 감독의 추억의 장소도 아닌데 순식간에 대체 불가능한 무언가로 탈바꿈하고, 후반부엔 '영화를 찍기 위해서'라는 기존의 추동도 사라진다. 주인공이 '지키는 사람들'에게 감화되어 강한 유대감을 느꼈기 때문일까? 그 과정은 술자리 한두 번이 전부다. 위대한 알코올이여... 명분, 계획, 자본 중에 준비된 것 하나 없이 실행력만 가진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에게서 느껴지는 건 연대와 공감이 아닌 이기와 무질서다. 유일하게 삽입된 과거 장면인 9년 전 이야기를 봐도 영화에 나오는 예술인들이 안타까워해야 할 건 장소의 상실이 아니라 사람(관계)의 상실이었어야 했다는 생각만 든다. 짧지 않은 러닝타임 내내 이성적, 감정적 공감이나 이해 하나 없는 막무가내 우격다짐만 보고 있자니 참 답답하다. 영화에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추억의 물성을 지닌 진주라는 공간적 배경이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진주의 과거, 예술, 명소, 사람들이 자연스레 등장하는데 추억처럼 좀 미화되어도 좋지 않았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