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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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12

제 9회 서울 국제 프라이드 영화제 : 아시아프라이드 <엄마, 안녕>은 내겐 조금 낯선 국가인 베트남 영화다. 과연 베트남에서 만든 영화는 LGBTQ 이야기를 어떻게 담아냈을까 싶었는데, 보고 나니 이 생각 자체도 편견이었음을 깨달았다. 물론 문화적 차이는 당연히 존재하겠지만, 어느 나라나 여전히 소수자의 장벽은 높기만 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 영화는 주인공 반과 이안을 중심으로 펼쳐지지만, 반의 가족사를 함께 그리며 베트남 전반의 가정 분위기를 알 수 있다. 묘 이장을 할 땐 반드시 집안의 장손이 있어야 하고, 타지에서 유학 생활을 했다 하더라도 어느 정도 때가 되면 고향으로 돌아와 신붓감을 찾고 아이를 낳아 정착해야 하는 등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와 닮은 구석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커밍아웃해야 하는 반의 심리 묘사가 섬세했고, 그런 그를 이해하지만 서운한 감정도 함께 교차하는 이안의 심리 묘사 역시 극의 완성도를 높인다. . 무엇보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알츠하이머를 앓는 노인을 그리는 방식'이었다. 반과 이안이 집에 도착했을 때부터 자신의 진짜 손주인 반을 알아보지 못하고 이안을 반으로 착각하는 할머니의 모습이, 그들의 가장 중요한 숙제였던 커밍아웃으로 발전될 거라곤 전혀 예측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아웃팅의 방식이긴 했지만) 그 행위 자체를 과하게 무겁다거나 격하게 표현하지 않은 점이 영화를 몇 배 더 따뜻하게 만들어준 것으로 생각한다. . 극의 제목인 <엄마, 안녕>의 의미는 엔딩에 가서야 비로소 완성된다. 일찍 남편을 떠나보낸 후 홀로 자식을 키우고, 집안을 일구어온 그녀가 아들의 커밍아웃을 통해 자신의 인생 역시 새롭게 개척하는 것으로 느껴진다. 그런 의미에서 엔딩 속 그녀의 운전 연습은 구시대적인 틀을 벗어던지고, 앞으로는 온전히 자신의 길을 조금씩 걸어가겠다는 다짐처럼 보이기도 한다. 반과 이안의 행복을 진심으로 응원하면서 '나도 나의 삶을 찾아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는 것이다. . 가족을 등장 시켜 베트남의 문화를 그리고, 부모와 자식 간의 소통을 그리며, 아름다운 커플의 사랑까지 그려내는 영화여서 보고 난 후 기분이 좋았다. 영화를 보기도 전에 섣불리 짐작하던 내 모습이 부끄러울 만큼 말이다. 영화 외적으로 프라이드 영화제가 지향하는, 편견을 갖지 않는 것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영화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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