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선우
선우

선우

2018.01.26

10년이 흘러서야 국내에 (무늬만) 개봉된 올리버 히르비겔의 <다운폴>은 드물게 나치의 관점에서 제작된 2차 세계대전 시대극이다. 시점이 이러하니 당연히 유태인도, 홀로코스트의 홀 자도 등장하지 않는다. 히틀러의 개인 비서였던 생존자 트라우들 융게의 회고로 시작된 영화는 히틀러의 자살과 독일의 항복을 차례로 보여준 뒤 다시 그녀의 반성으로 끝을 맺는다. 독일인들이 직접 제작한 것도 그렇고 회고록과 사학자의 저서를 두루 참조한 덕분인지 브루노 간츠의 히틀러 연기를 비롯, 캐릭터 고증과 상황 재현 모두 수준급이다. 비교적 안전한 구조에다 혹시 모를 비난이나 비판을 피하고자 노력한 지점들이 대사나 행동들에 엿보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수세에 몰린 채 죽음을 준비하는 인간 군상들의 감정이나 내면을 두 시간이 넘는 러닝타임 동안 세밀하게 담고 있는 영화이기에, 비난과 연민이 묘하게 뒤섞인 감정을 (교묘하게? 혹은 어쩔 수 없이) 끌어내는 측면도 없진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