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owlppami
2024.08.12
필연적인 시련의 극복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제로의 영역'과 유일무이한 라이벌의 등장, 사실상 완전체나 다름없는 주인공을 더욱 완벽하게 성장시키는 시련 극복의 서사로 시리즈를 이어나가는 '제로'입니다. 이젠 오래된 밈이 되었지만 대체 제로의 영역이 뭔데?를 정리하자면 건담 시리즈의 '뉴타입' 같은 것입니다. 반응과 감각 모든 면에서 인간의 신체 능력을 웃도는 걸 넘어 미래도 보고 교감도 하고... 등등 딱히 정의하는 것이 의미가 있는가 싶은, 대강 만능인 요소이자 장치입니다. 스타워즈의 '포스'같은 요소인 것이죠. 최첨단 레이스에 판타지적인 요소의 추가란 점에서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의 도박 같은 시도는 어쨌거나 저쨌거나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무전 통화나 아스라다와의 대화가 전부였던 레이스 중의 드라마를 매우 폭넓게 확장시켰고, 이야기의 흐름을 유연하게 풀어가는 데 있어서도 편리한 장치로 사용되었습니다. 주인공 '카자미 하야토'의 그동안의 성장에 지분도 상당한 든든한 조력자였던 '블리드 카가'의 최강의 라이벌 등극에 있어서도 매력적인 설정과 드라마 구축이 훌륭합니다. 난데없는 라이벌 등장이란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 절묘한 빌드업과 구성이 인상적입니다. 그리고 스포츠 장르에선 빠질 수 없는 시련 극복의 서사. 저승의 문턱까지 가는 거대한 위기를 거치고 트라우마를 극복해 부활한다는 이 감동의 공식은 지금에선 익숙하지만 당시로서는 충분히 통하는 시련 극복의 서사였습니다. 실존하는 레이서들을 모티브로 삼는 건 이미 알려지긴 했지만, 94년도엔 F1의 전설적인 선수 '아일톤 세나'의 안타까운 사고도 있었기 때문에 우연찮게 겹쳐지는 상황이 그 당시엔 상당히 충격이 컸다고도 합니다. 더블원에 이어 작화의 퀄리티도 훌륭하고 OST도 좋습니다. 시리즈로써 연계되는 요소들도 매끄럽고 캐릭터들도 함께 나이를 먹는 자연스러운 흐름이 좋습니다. 대접전, 데드 히트의 극적인 상황은 이번에도 이어지지만 여느 때보다 강화된 박력 넘치는 연출이 압도적입니다. 클라이맥스가 정말 클라이맥스 다운, 도파민 솟구치는 쾌감입니다. 캐릭터 원안을 맡은 '이노마타 무츠미'가 애니메이터로 작업했다는 마지막 화의 퀄리티는 유명합니다. 10대들의 오글오글한 로맨스도 있겠지만, AI를 뛰어넘는 초인들의 대전이 되어버린 데다 레이서에 초점을 맞춘 서사이기 때문에 '아스라다'의 비중이 급격히 줄어든 점이 아쉽습니다. 이 제로를 시리즈 최고로 꼽는 사람들이 많은데, '사이버 포뮬러'의 사이버가 잘 드러나지 않는 점에서 개인적으로는 최고라고 하기엔 아쉽습니다. 제작 당시엔 이후를 전혀 생각 안 하고 만들었다고 하지만 후속작을 위한 든든한 터를 닦고 이야기에 한층 더 무게감을 더한 제로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