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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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9

저마다의 보폭으로 삶을 걷다

이해해 주지 않거나 무관심한 가족들의 반응에도 불구하고 케이코가 복싱을 계속할 수 있었던 건 복싱 체육관 식구들 덕분이었다. 그러나 재개발로 인해 체육관이 문을 닫는다는 소식을 전해 듣게 되면서 그녀의 마음 또한 흔들리게 된 것 같았다. 이전 체육관에서는 귀가 들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연습 경기조차 해보지 못했던 케이코가 이곳에 오면서 프로 데뷔를 하고,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치러 고무적인 상황이 되었는데, 그렇게 그녀를 받아들이고 이해해 준 이곳이 문을 닫는다는 얘기에 미래가 보이지 않아 캄캄했을 터였다. 체육관에서는 케이코를 배려해 다른 좋은 체육관을 알아보고 미팅까지 주선했지만, 지금의 체육관과는 확연히 다른 게 당연했다. 안 그래도 케이코는 여러 가지 문제로 머릿속이 복잡했는데 체육관까지 닫는다고 하니 갑자기 힘이 빠지지 않았을까 싶다. 너무나 열심히 달려온 사람이었으니 단번에 다리가 풀려 그 무엇도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이해가 됐다. 그럼에도 케이코는 체육관에 나가긴 했지만 말이다. 그런 케이코에게 회장이 해준 말이 그녀를 다시 일으켜 세워준 것 같았다. 그 누구도, 심지어 가족조차 케이코를 이해하지 못했는데 회장만큼은 그녀가 어떤 마음인지 알아채고서 다독이며 손을 잡아끌었다. 주저앉은 그대로 머물고 싶었던 케이코를 알아준 이가 회장이라서 정말 다행이었다. 선대에서부터 운영해온 체육관을 자신의 세대에 닫는다는 씁쓸함과 건강 문제로 힘든 상황임에도 회장은 복싱에 진심인 케이코의 노력을 알아주었다. 느리지만 꾸준하게 걸어온 길을 앞으로도 걸어갈 수 있도록 응원해 주는 것 같아 뭉클했다. 어쩌면 인생 역시 그렇게 걸어가는 걸지도 모르겠다. 눈에 띄는 성과를 얻는 인생도 있겠지만, 그런 것은 상관하지 않고 자신만의 속도로 앞을 보며 나아가다 보면 걷고 넘어졌을 때 일으켜주는 회장 같은 사람이 생기기도 한다고 말이다. 그런 사람들이 있기에 케이코처럼 인생의 길을 걸어나갈 수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영화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은 청각장애를 가진 복서 오가사와라 케이코의 자서전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실제 경험담을 담은 자서전이 원작이긴 하나 영화에는 각색이 들어갔음을 분명히 알렸다. 차분하고 조용히 흐르던 영화는 특별한 사건 중심이 아닌 케이코의 생활을 중심으로 흘렀다. 묵묵하고 조용하게, 느리긴 해도 앞으로 나아가는 케이코를 보며 우리네 삶도 이렇게 흐르는 거라 여겨졌다. 나쁜 날도 있고 좋은 날도 있는 인생은 좋은 이들로 인해 꺾이지 않고 충만해지는 것 같다. 좋은 영화였다. 케이코로 분한 키시이 유키노의 연기는 정말 최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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