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 2019

2019.11.28 02:46:10
'결혼 이야기'는 결혼 생활을 정리하기로 한 두 부부의 이별 과정을 다룬 노아 바움백의 영화다. 자연스러우면서도 뭔가 특이한 대사들과 절제된 연출을 통해 배우들과 각본의 에너지를 그대로 전달하려는 그의 스타일은 확실히 진화하고 있으며, 이제는 미국 독립영화계의 유망주에서 아예 차세대 스타 감독으로 거듭난 노아 바움백은 이번에도 부부와 사랑에 대한 굉장히 통찰력 있는 이야기를 가져왔다.

이 영화는 주인공 부부의 이혼 과정을 그리는 영화다. 여기에는 이혼을 둘러싼 법적 공방, 자식과의 관계, 경제적 문제 같은 상당히 현실적인 내용들이 들어있으며, 이런 내용들이 이야기의 신뢰성과 몰입감에 상당히 기여를 한다. 하지만 결국 이런 내용들은 두 주인공이 이 과정을 통해 거칠 개인과 관계의 성장을 위한 촉매제다. 영화는 한때 서로 깊게 사랑에 빠졌지만, 결국 헤어지기로 결심한 부부의 관계를 복합적으로 바라본다. 한편으로는 오랜 기간의 생활을 통해 쌓인 정과 습관들에서 아직 서로에 대한 감정이 있음을 보여주지만, 한편으로는 이들이 왜 서로 떨어질 수 밖에 없는지를 두 주인공들의 입장차와 갈등을 통해 보여주기도 한다. 서로가 서로의 장점이라고 생각하는 것들과 단점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다르고, 그리고 그 다름에서 나오는 서로에 대한 생각의 차이, 그리고 그 차이가 쌓이고 쌓이기만 하면 결국 둘을 갈라놓게 되는 두 사람의 이야기는 어느 관계에나 적용될 수 있는 이야기일 수는 있다. 하지만 이 둘은 부부의 관계이기 때문에, 그만큼 공유하고 있는 것이 많다는 점에서 이 이야기의 드라마가 나온다. 특히 양육권과 관련돼서 말이다.

이혼이라는 감정과 물량의 소모가 큰 싸움을 통해 영화는 두 주인공의 피치 못할 대립으로 이야기를 쌓아간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주 자극적이고 요란한 방향이 아닌, 애와 증이 정말 매순간 공존하고 있고, 진심 어린 절제와 참을 수 없는 폭발이 섞여있고, 부부처럼 대하지만 더 이상 부부일 수 없는 사람들의 솔직한 대사들에서 노아 바움백의 천재성이 다시 한번 돋보인다. 그의 각본은 더 이상 인생을 함께 할 수 없다고 결심한 사람들이, 과연 정말 함께할 수 없을까와 왜 함께할 수 없을까를 고민하며, 결국 자기 자신들에 대해 더 알게되고, 자신들이 원하는 행복과 삶에도 더 가까워지는 성장의 이야기를 아름답게 담아낸다. 영화는 누군가의 편을 들고 있지 않다. 나는 영화를 보며 한 쪽을 응원하다가, 또 다른 쪽을 응원하다가 갈팡질팡했다. 하지만, 핵심은 결국, 누군가의 잘잘못을 따지는 것이 아니었다. 핵심은 이 두 캐릭터가 각자에 대해 깨닫고, 동시에 서로의 차이를 알게 되며, 각자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나아가야할지에 대한 현명하고 성숙한 해답을 찾는 과정에 있다.

35 mm의 질감은 아련하고 연민 어린 느낌을 주며, 마치 묘한 가족 사진을 찍는 듯했다. 광각으로 구도를 넉넉히 잡으며 솔직하고 꾸밈없는 분위기를 베이스로 삼지만, 중요한 순간들에는 망원 클로즈업으로 당기고 편집도 날카롭게 하는 바움백의 스타일은 날이 갈수록 세련돼가고 있는 것 같다. 랜디 뉴먼의 스코어는 영화와 어울리게 미니멀한 느낌이 있으며, 아주 튀지는 않았지만, 적재적소에 일종의 막내림이 돼줬다. 마크 브리지스의 의상 또한 캐릭터들의 상황과 욕망을 상당히 의미심장하게 잘 담았다. 점점 배우이자 커리어 우먼으로서 단정해지는 스칼렛 요한슨의 옷들은 마치 화려한 LA를 대표하는 로라 던의 드레스의 영향을 받아가는 듯 했으며, 언제나 셔츠로 사무적인 분위기를 내는 아담 드라이버는 뉴욕에 남아있는 그의 미련과 그로 인한 LA에서의 소외감, 그리고 가족으로부터의 소외감을 잘 보여줬다.

많은 사람들이 호아킨 피닉스를 2019년 최고의 남우주연으로 생각하고 있을 때, TIFF 이후 쯤부터 아담 드라이버가 급부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소문대로, 아담 드라이버의 연기는 그냥 최고였다. 매 영화마다 새로운 연기를 하는 듯한 그는 '패터슨' 쪽에 가까운 절제되고, 평범하고, 가정적인 캐릭터를 연기한다. 하지만, 이혼이 진행되며 조금씩 스며드는 두려움, 불안감과 불확실성부터 엄청난 압박감에 시달리며 초조해지는 심리와 어쩌면 아담 드라이버 커리어 최고의 연기를 보여준 씬까지 이어지는 감정적 스트레스의 여정은 정말 경이로웠다. 스칼렛 요한슨도 마찬가지였다. 다소 소규모인 영화에서 주연 역할을 맡은 것은 정말 오랜만인 것 같은데, 그동안 드라마 연기의 한이라도 쌓였는지, 정말 엄청난 존재감을 보여줬다. 아담 드라이버와 반대로 오히려 이혼을 결정하며 자신감이 더 생기고 더 안정적으로 변해가는 그녀의 여정은 초반부의 드라마를 담당했으며, 로라 던과의 씬에서 제일 빛을 발했다. 이 둘이 보여주는 호흡도 완벽했다.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정말 이들이 오랜 기간 결혼했던 부부라고 믿겨지며 그냥 영화 내내 그렇게 보여질 정도로 자연스럽고 깊은 호흡을 보여준 두 배우는 각자의 연기에서도 훌륭했지만, 같이 있을 때도 감탄을 금치 못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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