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번뇌를 벗어나 그렇게 다시 제자리로.

어느 문화관련 업체. 팀장격인 문경은 후임 하원과 계약직 초월과 함께 팀을 운영하죠. 초월의 기획력으로 미디어 아트 행사가 큰 성공을 거두는데 하원은 그의 공을 가로채고 윗선은 두 번 이상이나 인턴을 했던 그에게 정규직을 내어줄만 하는데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는 희망고문만 주고 약속은 지키지않죠. 회식자리를 박차고 나온 초월은 남은 연차 휴가를 쓰고 퇴직해야 하는 상황. 문경도 안타까운 마음에 업무 스트레스까지 겹쳐 병원행으로 이어지죠. 어렵사리 3일의 휴가가 생기고 문경으로 무작정 향합니다. 그러던와중에 도주중인 강아지를 못살게 굴던 남성들에게 용기있게 말하는 비구니 스님을 만나게 되죠. 명지스님이라는 법명을 가진 그의 출가전 이름은 가은. 두 사람은 길순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동네를 수소문에 강아지 주인을 찾기로 합니다. 그러던 중 유랑이란 소녀와 같이 사는 일명 ‘유랑 할매’를 만나 극진 대접을 받죠. 소녀는 은둔생활 중이고요. 문득 가은은 기억이 떠오르고 문경은 그것이 그가 출가를 결심한 이유임을 알게 됩니다. 아끼는 후배를 잃은 여인과 수행을 위해 만행을 떠난 비구니가 모험을 겪는 이야기. 신동일 감독은 길에서 만난 우정과 인연을 얘기합니다. 문경을 홍보하는 영화처럼 보이지만 꼭 그렇지도 않아요. 문경, 초월, 가은, 그리고 랑이까지… 모두 각자의 가슴아픈 과거를 지니거나 지녀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 순간 매개체가 된 것은 길잃은 강아지 한마리입니다. (길순으로 등장한 강아지는 영화 ‘핸섬가이즈’에서 봉구로 등장해 관객들에게 인정받은 친구에요. 심장폭행 그 자체.) 초월은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존재라는 사실이 불쾌했고요, 문경은 가족을 잃었습니다. 특히 가은은 특정 사건을 떠오르게 하는 아픔을 얘기합니다. (신동일 감독은 세월호나, 이태원 참사가 아닌 어른의 부주의가 만든 또하나의 사건을 소환하죠.) 랑이는 사회초년생으로 잘해보려다가 반대가 되었죠. 류혜영 씨의 언니에서 이제는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킨 류아벨 씨, 신인으로 과감하게 삭발연기를 선보인 조재경 씨, 영화와 드라마로 조금씩 내공을 쌓고 있는 채서안 씨 등의 연기가 좋았고요. 베테랑 성우지만 신인연기자로 데뷔하는 최수민 씨(아들은 우리가 잘아는 차태현 씨.)도 반가운 얼굴입니다. 번뇌를 벗어나고 치유가 저절로 된다면 거짓말이죠. 하지만 그렇게 떠난길에서 마주치는 것도 운명이라면 운명이고 치유라면 치유겠죠. 서로를 보듬어주고 안아주는 순간 즉각은 아니더라도 조금씩 상처가 아물지 않을까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