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m.blue
2019.11.30
평범한 사람.
제 45회 서울독립영화제 : 경쟁장편2 <여름날>은 제목처럼 따뜻하거나 혹은 너무 뜨거워서 열정이 넘치는 영화가 아니다. 마치 인생이라는 하나의 계절 속에서, 주인공 승희의 고독이 가장 눅진하게 들러붙어 있는 날들이 여름에 비유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바다에 둘러싸인 '거제도'라는 섬이 배경으로 등장하는 것 역시 고립되어있고, 외롭게 느껴지기도 한다. . 영화는 어쩌면 조금 지루할 수도 있을 만큼 차분히 흘러간다. 죽음이라는 큰 사건을 마주하지만, 크게 그려지지 않는다. 그저 멀리서 인물을 가만히 지켜보는 것이다. 승희는 스쳐 가는 인연, 처음 배우는 것들, 뜻하지 않게 마주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차분히 겪어낸다. 분명 그녀의 마음 안엔 소용돌이가 있었을 테지만 영화는 그 마음을 극적으로 그려내지 않는다. 마치 '우리 인생이 이렇게 흘러갑니다'라고 담담히 말하는 듯했기에, 둘이 왔던 폐왕성에 홀로 앉아 하늘을 보던 승희가 더욱더 아릿하게 다가왔다. . 엔딩 크레딧에 참 좋아하는 노래가 흘러나와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문득 가만히 듣고 보니, 노래의 가사가 이 영화와 참 닮아있어서 비로소 음악이 영화를 채워주는 느낌을 받았다. 뮤지션 '이랑'의 '평범한 사람'이라는 곡인데, 가사 중 이런 내용이 있다. . 평범한 사람은 거울을 보다가 갑자기 문득 슬퍼질 때가 있는데요 평범한 사람의 일기장 속에는 자신에 대한 질문으로 가득 차 있어요 왜 누군가는 항상 주목을 받고 왜 내 얘기는 너에게도 들리지 않는지 하다못해 길가에 지나가는 동물도 나보다 좋은 걸 걸치고 있는 것 같은데 내 어미 아비가 언젠가 죽어 사라지면 난 집도 절도 없는 독거인이 되는 건지 그런 불안한 질문들과 두려움들이 가여워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싶어요 . 이 음악이 엔딩크레딧을 장식하고 나면, 평범한 사람이 되고 싶었던 승희의 마음을 조금 어루만져주고 싶어진다. 평범하기가 가장 어렵다는 것을 우린 이제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