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션스
2024.08.28
상상 친구가 다 빙봉 같지는 않아
영화는 아직은 가족이라는 명칭으로 묶기 어려운 제시카와 두 자매가 공포스러운 경험을 하게 되면서 잊고 있던 과거의 이야기를 연결 지어 끄집어내고 있었다. 캐릭터들이 겪는 공포스러운 상황은 곰인형 천시 때문에 일어난 것으로 여길 수도 있겠지만, 트라우마나 가족과도 관련이 있었기에 이 부분을 통해 치유의 과정으로 이어질 거라 예상하게 했다. 영화 시작부터 현재의 가족은 물론이고 예전과 조금 달라진 가족 구성원과도 관련이 있음을 분명하게 드러냈기 때문에 가족과 관련된 방향으로 이어질 게 뻔했다. 화목한 가족보다는 갈등상태에 있는 가족이어야만 비현실적인 공포에서 비롯된 역경을 함께 헤쳐온 과정이 빛을 발할 터이기에 제시카와 테일러의 관계를 처음부터 껄끄럽게 설정했다. 반면에 나름 사이가 괜찮은 어린 앨리스가 사라지면서 그녀들이 손을 잡고 공통의 목표로 향하게 했고, 여기에 제시카의 트라우마와 테일러의 친모에 관한 부분을 통해 가족과 관련된 비밀도 밝혔다. 어떻게 보면 제시카와 테일러는 서로 공감대를 형성할 여지가 충분했으나 엄마의 자리를 빼앗은 여자라는 거부감으로 인해 테일러가 제시카를 미워하게 만들었다. 제시카가 아무리 너그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어도 말이다. 곰인형 천시가 다 계획했을 게 분명한 거미 인간, 이전 가족과의 관계 등의 공포 장치들은 그저 도구에 지나지 않았다. 가족 이야기로 시작해 가족의 화목으로 끝나는 과정을 위해서 말이다. 처음부터 이 부분을 명확하게 했기에 시작부터 결말이 훤히 보였다. 그로 인해 배경에 갑자기 나타난 장치, 점프 스케어 등의 장면이 전혀 무섭지가 않았다. 오히려 지난하게만 느껴져 그 어디서도 재미를 찾을 수가 없었다. 한국 영화도 아니고, 심지어 공포 영화인데 어떤 메시지를 주려는 영화의 방향성이 초반부터 나와 맞지 않았다. 공포 영화에도 서사가 있어야 한다는 걸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의미를 남겨야 하나 하는 의문이 들었다. 재미가 있다면 의미를 남기든 말든 몰입할 텐데 104분이라는 러닝이 체감상 2시간은 되는 듯 여겨졌기에 무섭지 않고 지루하기만 했다. 상상 친구를 소재로 한 블룸하우스의 신작 <이매지너리>는 해외 평이 그리 좋지 않은 영화다. 블룸하우스 영화가 워낙 복불복이 심하니 그러려니 했는데, 그런 평가에도 불구하고 감상한 영화는 역시나 좋지 않은 평가를 받은 이유를 알 수 있게 했다. 중간에 예측할 수 없는 부분이 있긴 했지만, 시작부터 엔딩이 뻔히 보였다는 점으로 인해 러닝타임이 할애한 모든 과정이 내게는 지루하기만 했다. 무서운 걸 잘 못 보고 잘 놀라는 편인데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혼자 공포 영화를 극장에서 보고 있는데, 무서운 영화가 좀처럼 없는 것인지 아니면 내가 공포에 면역이 된 건지 그냥 무덤덤했다. 심지어 이 영화는 심야로 봤는데도 극장이 너무 추웠다는 것만 강하게 남았다. 어릴 적 봤던 <사탄의 인형>이 더 무서웠다. 인형을 소재로 한 공포는 모두 처키의 아류인 것 같아 아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