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이태원'은 수십년 간 이태원에서 삶을 꾸린 세 여성들에 대한 다큐멘터리다. 미군의 놀이터였던 동네에서 이제는 세계 맛집들과 이색적인 공간들로 유명한 관광지가 돼가는 이태원의 진화를 직접 보고 느낀 이들의 이야기에서는 변화 속에서도 바뀌지 않고, 변화하면서 잃어가는 것들에 대한 슬픔을 느낄 수 없다. 다큐멘터리에 나오는 여성들은 장년층이며, 술집, 바와 클럽에서 오랜 기간 일한 경력이 있는 사람들이다. 미군들의 달러에 의존하는 이들은 사회에서 언제나 매춘부와 더러운 여자들이라는 이미지를 쓴 채 살아야 했다. 아니, 아직도 그 그림자에서 살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술집과 화류계로 들어갈 수 밖에 없던 이유들, 그리고 이들이 원하던 삶과 살고 있는 삶을 보면서, 그런 주홍글씨를 새기는 사회에 대한 의문을 표할 수 밖에 없다. 더욱 웃기고 아이러니한 것은 이태원이라는 공간이 현재 가진 이미지다. 미군들이 술 마시고 여자들 끼고 노는 동네로 시작했으나, 지금은 세계 문화들과 맛집들이 모여 서울 내에서도 독특한 매력을 가진 명소가 된 이곳은 이제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동네가 됐다. 하지만 재조명되고 부흥을 겪은 것은 이태원이지, 이 곳을 지켜온 여성들이 아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미군이라는 존재는 오히려 이 여성들의 진정한 친구들이자 동반자가 돼주고, 한국 사회는 돈 냄새를 맡고 나서야 이들의 터전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이 영화를 보러 가는 길에 뉴스에서 이태원에 있는 홍석천의 식당이 폐업했다는 소식을 봤다. 성공적인 식당 경영자이며 이태원의 홍보 대사와도 같은 그마저도 젠트리피케이션의 칼바람을 피하지 못한 것이다. 용산 기지가 이전되기 직전인 이 영화의 촬영 시점에서도 이 변화의 바람이 전혀 달게 느껴지지 않는다. 떠오르는 공간에서 이익을 보는 것은 건물주들 뿐이고, 그곳을 키운 사람들은 버려지며, 유일한 친구들이자 소중한 고객들이었던 미군들마저 떠나는 마당에, 이 다큐멘터리의 세 여성들의 삶은 더욱 비극적으로 느껴질 뿐이다. 어두운 현실에서 탈출하고 싶었던 이들은 결국 남성중심적이고 가부장적인 사고방식에 의해 이들을 재판한 사회의 희생양들이 됐고, 아직까지도 이들의 형벌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