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조신익
2019.12.10
자동차와 사람, 양 갈래로 심장을 뛰게 하는 영화
어떤 괴짜들이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통쾌한 한 방을 날린다는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수도 없이 들어 관객 입장에서는 익숙한 이야기다. 국내만 하더라도 열악한 상황에서 성과를 낸 핸드볼 팀 이야기인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같은 상황의 스키점프 팀 이야기인 <국가대표>가 있고 '아메리칸드림' 이야기가 널린 미국도 장르와 형식을 불문하고 이런 이야기가 차고 넘친다. <포드 V 페라리> 역시 따지고 보면 이러한 영화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이 영화는 갓 레이싱에 도전한 약체 포드가 정상의 자리로 나아가는 그 과정을 그린 <포드 V 페라리>는 이러한 이야기의 정수, 도전하는 분야의 특징과 도전하는 사람의 사연을 아주 잘 살린 영화며, 널리고 널린 '아메리칸드림 영화 중 하나'로 분류하기에는 너무나도 아까운 영화다. 영화는 두 가지 방면으로 보는 사람의 심장을 뛰게 만든다. 앞서 말한 대로 도전하는 분야와 도전하는 사람을 통해서인데, 물리적으로는 레이싱의 속도감을 통해 이를 해낸다. 여타의 영화들보다 더 사실적으로 레이싱의 전후 과정을 해부하여 보여주고 레이싱 자체를 그리는 데에 있어서는 그 속도감을 느낄 수 있도록 아주 잘 연출되어 있다. 특히 다른 부분들보다 사운드 믹싱의 힘이 굉장히 좋은 편인데, 음향이 좋은 극장이라면 말 그대로 진동이 느껴지는 정도로 강렬한 엔진음이 아주 잘 구현되어 있어 단순히 속도를 보는 것뿐만 아니라 듣는 측면에서도 아주 잘 그려졌다. 레이싱은 단순히 영화의 볼거리로 끝나지 않는다. 상대를 앞지르는 것이 목적인 레이싱의 특성상 화려한 액션이나 과감한 스턴트를 보여줄 수 없어 단조로운 면도 있는데, 이 영화의 레이싱에서 그런 부분이 잘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레이싱을 관통하는 두 주인공의 이야기가 아주 잘 짜여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영화 초반부터 중요한 순간마다 등장하는 7000 RPM 어딘가에서 '나는 누구인가' 하는 질문을 영화는 레이싱 과정을 통해 아주 잘 찾아나간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는 화려한 레이싱으로만 그치지 않고 2시간 30분에 달하는 러닝 타임을 뜨겁게 이끌어가는 이야기로서도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레이싱이 물리적으로 관객의 심장을 뛰게 한다면 두 주인공의 이야기는 감정적으로 심장을 뛰게 만들지 않나 싶다. 맷 데이먼과 크리스찬 베일, 두 배우의 연기 역시 말할 것도 없이 매우 뛰어나다. 영화의 전반적인 상황과 배경에 어우러져 거친 부분도 있지만 진중하고 아날로그한 인물들의 모습을 그려냈다. 그러고 보니 감독이 제임스 맨골드다. <앙코르>, <3:10 투 유마>, <나잇 & 데이>, 그리고 <로건> 등등등. 그의 필모에서 성공적인 작품들을 찾아보면 아날로그한 감성을 다루는 데 능하다는 느낌이 든다. 이번 <포드 V 페라리> 역시 마찬가지이다. 1960년대, 그중에서도 거칠고 기름 냄새가 나는 레이싱의 세계를 통해 뜨거운 이야기를 빚어냈다. 새로운 소재와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감독 자신이 가장 자신 있는 부분이 한껏 드러난 작품이 아닌가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