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시동'은 엄마의 잔소리가 더 이상 듣기 싫은 자퇴생 반항아가 무작정 가출한 뒤 어느 중국집에서 배달 알바를 하게 되며 새로운 인연을 만나는 이야기다. 웹툰을 안 보는 사람으로서 당연히 이 영화의 원작 이야기가 어떤지는 전혀 몰랐지만, 제작사 외유내강의 작품이라는 점과 마동석과 박정민이라는 든든한 배우들의 출연작이라는 점에서 나름 탄탄한 오락 영화가 될 거라는 기대는 있었다. 기본적으로 이 영화는 어른이 된다는 것의 의미를 알게 되는 애들의 이야기다. 철 없는 반항아들인 주인공 택일과 그의 절친 상필은 이미 다 컸다고 생각하고 뭐든 알아서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 10대들의 전형적인 모습들을 보여준다. 더 나아가 이들이 선택한 자신들의 길은 어찌보면 이런 생각을 가진 10대들이 실제로 택하는 힘들고 어리석은 길들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실의 가출 및 비행 청소년들과 이 영화 속 인물들의 가장 큰 차이는 진정한 어른이 되도록 도와줄 어른들이 있다는 점인 것 같다. 갈 길을 잃은 택일, 상필, 경주는 사회로 나오며 중국집 식구들과 사채업자들을 만나며, 어른들의 진정한 모습들을 보게 된다. 여기서 진정한 모습은 중국집 식구들의 책임감, 포용심과 열정 뿐만이 아니라, 사채업자들의 약육강식 정당화, 냉정한 계산 논리와 무자비함도 포함된다. 청소년들에 비해 어른들은 어찌보면 더 많은 힘과 지식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청소년이나 학생으로서의 여러 제약 때문에 힘든 현실을 자신의 힘으로 극복하지 못한다는 생각 때문에 바로 그런 힘과 지식에 매료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의 어른들을 통해, 영화는 주먹의 세기가 아닌 누구를 위해 쓰는 것인지, 그리고 얼마를 버는지가 아닌 어떻게 버는지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직 명확한 목표와 꿈이 없는 이 젊은 친구들을 위로하고 응원하기도 한다. 어른들이 강조하는 꿈과 미래와 직장은 물론 누구에게는 중요할 수 있고 필요할 수도 있지만, 모두가 꼭 그렇게 살아야하지는 않다는 것, 진정한 "어른"이 된다면 그런 것은 그때 가서 생각해도 된다고 말한다. '글로리데이'로 너무 빨리 어른이 돼버린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펼친 최정열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는 빨리 어른으로 성장한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얼핏보면 비슷한 주제지만, 훨씬 희망적인 톤과 메시지를 채택했다. 거석이형이라는 인물은 왜 마동석이 한국 영화계에서 필수적인 존재가 됐는지 볼 수 있다. 거석이형이 요구하는 신체적 조건과 카리스마 뿐만 아니라 부드럽고 귀엽기까지 한 능청스러움과 유머 감각을 이렇게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는 배우는 마동석 밖에 없다. 마동석이 자주 받는 비판은 맨날 비슷한 인물들을 맡는다는 것인데, 나는 반대로 그런 배역들을 맡을 수 있는 배우가 마동석 밖에 없고, 본인도 그것을 매우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재미있게도 박정민도 최근에는 반항적인 청년 역할만 맡고 있다. 물론 그런 역할들을 잘 소화하고 있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배우로서의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된 '동주'에서 보여준 잠재력과 연기력을 못 보여주고 있고 정체됐다는 느낌이 있다. 여전히 좋은 배우임은 틀림이 없고 그의 연기에 대해선 전혀 불만이 없지만, 그 다음 단계로 못 넘어가고 있는 것 같아서 좀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한다. 정해인은 맡은 역할치고는 너무 잘 생긴 것 같긴하지만, 어쨌든 비교적 짧은 스크린 타임에도 불구하고 캐릭터를 온전히 묘사한 점은 매우 좋았다. 그 외에 염정아, 김종수, 김경덕, 최성은, 윤경호 같은 조연들도 상당히 든든하게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맡았다. 몇몇 소재들이 좀 과하게 어둡고 자극적인 것 같기도 하다는 점이 좀 아쉽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이 영화의 코미디와 감동 포인트들은 적절히 잘 섞인 것 같다. 아마 웹툰에서 왔을 시각적으로 과장된 액션과 리액션이 영화적으로 잘 각색된 것 같기도 했고, 현실적이면서도 살짝 판타지적으로 과장된 긍정 정신이 담긴 세계도 마음에 들었다. 조연 캐릭터들도 각자만의 개성과 이야기와 매력이 있는 것 같은데, 아마 TV 시리즈였으면 이들의 이야기를 좀 더 여유있게 풀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느낌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