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항빈 님의 영화 <스타워즈 :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 리뷰 - 키노라이츠
판타지 / 2019

2020.01.03 01:10:39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는 스타워즈 시퀄 삼부작의 마지막 작품이다. '라스트 제다이'의 엄청난 호불호 이후 과연 '깨어난 포스'를 감독했던 J. J. 에이브럼스가 이를 어떻게 매듭지을까가 상당히 궁금했다. '라스트 제다이'를 굉장히 좋게 본 사람 중 한 명으로서 과연 라이언 존슨이 짜놓은 새 판에서 어떤 이야기를 펼칠지, 아니면 이를 어떤 식으로든 다시 예전으로 되돌릴지, 그리고 레이의 이야기는 결국 어떻게 마무리가 될지, 비록 스타워즈에 대한 큰 팬심은 없지만, 어쨌든 이 시리즈를 지켜본 사람으로서 이런 것들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깨어난 포스'의 주 특징이자 흥행 요인이면서도 어떤 면에서는 비판점도 될 수 있는 부분은 '새로운 희망'과의 유사성이었다. 고유명사들만 바뀌었지, 거의 리메이크라고 봐도 될 정도로 였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J. J. 에이브럼스가 이번 영화도 '제다이의 귀환'을 따라할지도 궁금했다. 스포일러를 안하고는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그렇지만, 많은 면에서는 '제다이의 귀환'을 담습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영화는 6편에서 아버지를 따라 다크 사이드로 넘어갈 유혹에 빠진 루크 스카이워커의 이야기를 레이와 카일로 렌이라는 두 캐릭터에게 비슷하게 적용하며, 빛과 어둠의 기로에서 함께 고민하고 날카롭게 대립하며, 그 과정에서 서로를 더욱 더 이해하게 되는 상당히 흥미로운 관계를 설정한다.

스타워즈 프랜차이즈의 가장 큰 장점은 언제나 비주얼이었다. 이 영화 또한 상당히 아름답고 인상적인 세계들을 소개하며, 스타워즈 팬이라면 컴퓨터 바탕화면에 저장하고 싶을 만한 풍경들을 보여준다. 또한 많은 동시대의 블록버스터들과 달리 오리지널 트릴로지 시절의 프랙티컬 시각효과에도 많은 공을 기울이는 시리즈답게 좀 더 실감나는 캐릭터 디자인들과 프로덕션도 보기 좋았다. 또한, 존 윌리엄스의 스코어들과 테마곡는 특히나 삼부작의 마지막 편이라 더욱 더 웅장하고 감동적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이런 화려한 겉모습을 모두 무색하게 만드는 게 바로 이 영화의 이야기와 캐릭터들이었다.

우선 가장 큰 문제점은 이야기다. 구체적으로는 맥거핀의 사용이다. 맥거핀 자체는 전혀 나쁘지도 않고, 오히려 굉장히 강력하고 유용한 스토리텔링 도구다. 이를 대중적으로 가장 잘 사용한 예가 아마 '어벤져스'일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맥거핀을 수적으로, 그리고 비중적으로 과용한다. '어벤져스'에서는 태서랙트가 맥거핀이긴 했지만, 맥거핀의 정의에 충실하게 태서랙트는 필요할 때만 쓰는 도구에 불과했을 뿐이고, 영화가 가장 집중한 포인트는 어벤져스라는 하나의 팀이 돼가는 여러 슈퍼히어로들의 관계와 갈등이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일단 맥거핀을 많이 설정하고, 그리고 그 많은 맥거핀들에 쓸데없이 시간을 많이 낭비한다. 그리고 새로운 맥거핀이 파생될 때마다 또다른 플롯 포인트가 생기며 이야기의 페이스를 망친다. 다시 말해, 무언가 새로운 것을 계속 제시는 하는데, 전체적인 흐름은 전혀 진전이 없다. 이 영화의 반 이상은 그저 무의미한 보물찾기 릴레이처럼 느껴진다. 시퀀스들이 너무 많은데, 공간이 다를 뿐이지 뭔가 목적은 다 비슷하고 캐릭터들의 관계도 딱히 발전하지도 않고 있고, 틈만 나면 카일로 렌과 레이의 뜬금없는 싸움 씬으로 넘어가니 내가 대체 뭘 보고 있는거고 이야기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가늠하기 힘들게 됐다.

더 심각한 점은 이 맥거핀의 일부는 캐릭터들이라는 것이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것 중 하나인 캐릭터들의 도구적 사용을 이 영화는 밥 먹듯이 한다. 신규 캐릭터들은 그냥 정보나 아이템 셔틀에 불과하며, 다른 캐릭터들과 관계를 형성하고 대화도 하고 성격도 보여주는 인격체가 아닌 그냥 지나가는 돌멩이와 그닥 다를게 없는 무의미한 존재들에 불과하다. 이 영화에서 제대로 뭔가 역할을 가진 캐릭터들은 우선 레이와 카일로 렌과 메인 빌런들이다. 포와 핀은 츄바카나 C3PO, R2D2처럼 그냥 재미있는 레이-바라기 병풍 조연에 그치며 이들에 대해 영화는 딱히 관심이 없어 보인다. 전편들에 소개된 캐릭터들 대부분은 분량이 별로 없다. 그렇다고 주연 캐릭터들이 이 영화의 과하게 복잡하고 어지러운 플롯을 하나로 묶으며 캐리했냐라고 하면 그것도 아니다. 데이지 리들리는 본인 자신도 레이가 어떤 캐릭터인지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을 정도인데, 솔직히 이는 배우의 잘못이 아니라, 이 시리즈가 전반적으로 레이를 어떻게 사용할지 세 편 내내 제대로 못 정한 탓이다. 이 트릴로지를 통틀어 가장 좋았던 캐릭터는 카일로 렌이었다. 아담 드라이버의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도 좋았지만, 아직 어리숙하면서도 욕망은 크고, 무엇을 원하는지 안다고는 하면서 끊임없이 불확실한 카일로 렌의 내적 갈등을 아담 드라이버는 세 영화 내내 잘 이어가며 이 삼부작의 가장 만족스러운 캐릭터 아크를 완성시킨다. 핀과 포는 상당히 비중있게 다룬 주연, 혹은 조연들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완성도 있는 이야기를 못 받았다는 점이 정말 아쉽다.

결과적으로 스타워즈의 시퀄 3부작은 실패한 시리즈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스타워즈'라는 브랜드가 붙어있으니 흥행은 하겠지만, 여러모로 불만족스럽다. 고전의 Ctrl C+V로 시작하여 팬덤을 분열한 속편(나는 아직도 이게 가장 훌륭한 스타워즈 영화 중 하나라고 생각하지만 말이다)과 그 누구도 못 만족시킬 것 같은 엉망진창 피날레는 영화 역사상 가장 성공한 프랜차이즈의 처참한 현주소다. 이 시리즈를 책임지고 제작한 캐슬린 케네디는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커리어를 가지긴 했고 시리즈 제작 경험도 물론 있지만, 여러 편의 영화를 거쳐 이뤄야할 대서사시를 제작한 적은 없어서인지 스타워즈 시퀄에 있어서는 크게 실패했다. 라이언 존슨과 '라스트 제다이'를 보면 감독과 각본가들에게 창착적 자유는 많이 보장해준 편이라 그 점은 높이 살만하지만, 한편으로는 MCU의 케빈 파이기처럼 큰 그림을 그리는데에는 너무 안일하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스타워즈 같은 하나의 거대한 세계관을 다루는 시리즈에서는 바로 그 점이 치명적인 단점으로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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