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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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15

스포일러 주의!

프랑스 영화를 향한 프랑스 감독의 자조

리메이크를 하기 싫었던 영화의 감독을 맡은 르네 비달, 자본주의 영화에 대한 비판적 사고를 가지고 있고 감독인 르네에게도 불만이 있는 조이, 아무것도 모른 채 홍콩에서 파리로 와서 촬영을 시작하게 된 장만옥을 비롯해 촬영 스태프들까지 모두 예민하고 신경질적이었으며 불안한 태도를 보였다. 아무래도 이 영화가 제대로 마무리될 수 없을 거란 사실을 시작도 하기 전에 예감한 듯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촬영은 들어갔고 편집본을 감독, 배우, 스태프들과 함께 보는 시간이 이어졌다. 그리고 그 결과는 참담하다 못해 경악스러운 지경인 듯했다. 르네 감독의 입장에서는 영화에 대해 아무런 말도 하고 싶지 않았을 정도였으나 옆에서 스태프가 뭐라고 한 마디라도 해달라고 요구하자 폭발해서 뛰쳐나가버렸다. 촬영은 어떻게 될지 아무도 예상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 이후 영화 <이마 베프>는 장만옥의 시선을 따라 흐르며 딱히 이렇다 할 내용이나 메시지 같은 게 없는, 언뜻 보기에는 의미 없는 시퀀스가 이어졌다. 조이와 함께 스태프들이 모인 파티에 참석했다가 그녀가 자신에게 이성적 호감이 있다는 걸 알게 됐고, 무기력해진 감독과 다시 만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으며, 영화 속 영화 <뱀파이어>에서 이마 베프의 상대역인 남자 배우가 장만옥에게 연기를 가르치는 다소 어이없는 장면도 등장했다. 그런가 하면 이마 베프의 대역인지 아니면 스턴트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장만옥과 똑같은 코스튬을 입었던 로르는 르네 감독과 장만옥, 그리고 영화의 모든 스태프들도 모르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다. 이 리메이크 작품의 감독이 다른 사람으로 바뀔 거라는 사실은 물론이고 주인공 이마 베프 역할도 자신으로 교체될 수 있다는 걸 말이다. 이후 엔딩까지 그저 흐르기만 하던 영화를 보며 결말이 되어서야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건지 조금은 헤아릴 수 있었다. 이 작품은 프랑스 감독이 연출한 프랑스 영화이고, 영화 속에서 프랑스 명작을 리메이크하는 주요 설정을 가지고 있다. 장만옥을 제외하면 스태프들 모두가 프랑스인인데, 그들은 프랑스 영화에 대한 자부심이 굉장했다. 예술성이 풍부하며 의미가 있는 영화를 만든다는 콧대 높은 자부심에는 다른 국가가 만드는 영화에 대한 비난이 은연중에 담겨 있었다. 특히 할리우드 영화가 그랬고, 장만옥이 홍콩에서 유명한 배우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영화를 촬영하다 왔냐는 말에서도 왠지 모를 멸시가 느껴졌었다. 거기다 그들은 다른 국가의 영화나 배우만 무시하는 게 아니라 이제는 한물간 르네 감독에 대한 비난도 서슴지 않았다. 화려한 재기 따위는 없을 거라고 여기면서도 영화 촬영에는 매달리는 게 참 웃겼다. 프랑스인 스태프들을 지켜보는 장만옥은 그들과 거리감이 있어 보였었다. 인터뷰를 하는 장면에서 기자가 르네를 비난하자 옹호했던 걸 보면 말이다. 하지만 영화의 감독과 주연이 교체됐다는 걸 알았는지 어쨌는지, 엔딩 직전에 프랑스를 떠나 미국으로 향했다. 자본주의 할리우드의 명감독 리들리 스콧을 만나러 갔다고 스태프가 말을 전했다. 예술성이 강한 프랑스 영화를 향한 프랑스인의 자부심과는 별개로 촬영 현장은 지옥이었고 어떤 변수가 일어날지 모른다는 점은 여느 영화와 다를 바가 없었다. 일하는 스태프들 역시 비슷했다. 예술과 현실은 별개라는 사실이 깊이 와닿았다. 예술적인 영화의 이면인 촬영 현장에도 현실은 엄연히 존재했다. 영화 <이마 베프>는 1996년에 제작되었으나 국내에는 2023년에 개봉했다. 오로지 장만옥이 출연해서 관심이 갔는데,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의 작품이었고 세 번째로 보게 된 영화였다. 처음엔 영화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알 수 없어 집중을 하기가 조금 어려웠다. 플롯이 확실한 영화가 아니라서 그랬는데, 보다 보니 곳곳에 코믹한 요소와 프랑스 영화에 대한 자조가 담겨 있어 흥미로웠다. 자칭 예술을 한다며 콧대 높은 사람들이긴 해도 결국 사는 건 다 똑같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