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동화에서 기대할 수 있는 꿈같은 아름다움

동화 작가 '피터 브라운'의 동명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드림웍스의 애니메이션입니다. 제목 그대로 인간의 흔적을 발견할 수 없는 야생의 땅에 홀로 떨어진 만능 로봇의 산전수전을 그린 이야기입니다. 인간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주인공 로봇 '로줌 7134'가 야생의 동물들을 만나고 학습하며 유대를 쌓고 끝내 인간보다 인간적인, '마음'을 갖게 된 로봇 '로즈'로 거듭난다는 뻔하다면 뻔한 동화적 이야기일 수 있겠지만, 그 뻔할 수 있는 감동을 다채롭고 다양하게 채워나가는 이야기와 연출의 힘이 좋은 작품입니다. 동글동글한 생김새에 기본은 인간형이지만 다양한 동물들의 움직임도 흉내 낼 수 있는 주인공 로봇 '로즈'. 렌즈로 구성된 두 눈과 고갯짓, 그리고 라인조명의 색으로 표현하는 풍부한 감정이 놀랍습니다. 무섭기도 하면서 다정하기도 한 오묘한 표정이 느껴지는 디자인입니다. 지브리의 [천공의 성 라퓨타]에 나오는 로봇의 이미지가 생각나기도 하고요. 수많은 동물들이 등장하는 만큼 개성 넘치는 캐릭터와 함께 굉장히 자연스러운 움직임도 인상적입니다. 독특한 색감만 아니면 자연 다큐라고 해도 위화감이 없을 정도로 놀라운 기술력입니다. 로봇의 기계적 움직임부터 육해공 동물들의 유연한 움직임까지 여기에 속도감을 얹은 빠르고 복잡한 액션 연출까지 나무랄 데가 없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요소를 한 장면에 표현하는 대자연을 재현한 영상미가 매우 인상적입니다. 앞에서도 그랬지만 순간 내셔널 지오그래픽을 보고 있는 건가 착각이 들 정도로 자연 다큐에서 느낄 수 있는 웅장함 마저 느껴졌습니다. 기러기떼의 대이동은 이야기로서의 감동은 물론이고 그 영상미 만으로도 감탄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드림웍스의 전작인 [장화신은 고양이 : 끝내주는 모험]에서부터도 그랬지만, 현실적 디테일과 만화적 색감의 어느 적정한 사이에 위치하는 이 독특한 색감은 다른 애니메이션들과 차별화된 영상미를 만들어냅니다. 지루할 틈 없이 다양한 에피소드가 연계를 이루고 기계와 자연이란 상반된 이미지에서 자아내는 코미디도 재밌습니다. 로즈와 브라이트빌, 핑크 중심의 재치 있는 만담이었고요. 위기를 극복하는 건 혐오와 경계가 아닌 공감과 화합이라는 좋은 메시지도 담아냅니다. 아무래도 동화적인 이야기라 현실적인 접근과는 거리가 있지만, 동화이기에 가능한 꿈같은 화합이라는 아름답고 푸근한 그림을 만들어낸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와의 밀접한 이슈들을 정교하게 다룬 점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로즈의 온갖 기능 가득한 만화적인 표현은 그렇다 치고, 뛰어난 학습능력과 임기응변 그리고 감정을 갖기까지의 과정들은 AI 시대에 살고 있는 지금 각별하게 느껴집니다. 뭐랄까... 예전 같으면 그저 꿈같은 허구라고 생각했겠지만 지금은 왠지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니까요. 그리고 이 작품은 심각한 기후 위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수몰된 도시문명과 미래의 도시, 종래의 추위를 넘어선 이상한파로 인한 생존의 위기 등에서 은연중에 확인할 수 있는데, 이를 좀 더 명확하게 부각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조금 남기도 합니다. 구구절절 설명이 없는 것이 장점이지만 좀 더 쉬운 이해를 위해서 말이지요. 꽤 좋은 완성도임에도 불구하고 드림웍스 자체 제작 애니메이션의 마지막 작품이 되었습니다. 그것이 꼭 안 좋은 방향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충분히 후속작을 기대해 볼만할 정도로 잘 만들어졌기 때문이죠. 3부작인 원작 중 1부만 영상화된 것이기도 하고요. 부디 로즈의 모험을 다시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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