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조신익
2020.01.05
뻔한 것도 맛만 잘 살린다면
한국에서만큼이나 미국에서 경찰 영화는 굉장히 흔한 영화이다. 오래전부터 <프렌치 커넥션> 등 정통적인 계보를 잇는 영화가 있는가 하면 <다이하드>, <더티 해리>와 같이 캐릭터에 개성을 강하게 주기도 하고 <비버리 힐즈 캅>, <리쎌 웨폰>, <나쁜 녀석들> 등으로 이어지는 버디 영화와 결합된 형태도 있다. 이미 질릴대로 보고 소모한 장르이지만 범죄를 직접적으로 맞선다는 장르적인 재미와 사건에 맞춰 다양한 바리에이션이 가능해 아직까지도 생산되고 있다. <21 브릿지: 테러 셧다운>(이하 <21 브릿지>)은 다양한 바리에이션보다 범죄와 직접 맞선다는 장르적인 재미에 초점을 맞춘다. 아쉽게도 특출나게 부각되는 부분도 없고 영화가 선사하는 반전까지도 굉장히 식상하지만 그럼에도 그 식상한 것들이 주는 재미만큼은 잘 챙겨준, 이 장르에서 기본은 하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영화는 능력은 좋지만 조직에서 튀는 안드레[채드윅 보스먼 분]를 필두로 강도 및 경찰 살인 사건의 범인들을 추격한다는, 딱히 특별할 것 없는 내용을 다룬다. 플롯을 굳이 복잡하게 가져가지도 않고 규모의 측면에서도 스펙타클한 무언가를 선사하지도 않는다. 캐릭터도 주인공부터 범인(퇴역 군인), 아이를 두었고 능력이 있는 여성 경찰, 나름대로 책임감 있는 상사부터 반전 요소가 있는 몇몇 인물들까지, 어디선가 한 번쯤은 본 형태로 등장한다. 영화는 대놓고 새로운 형태가 아닌 익숙한 형태로 접근하고 익숙한 형태에서 뽑아낼 수 있는 재미를 잘 뽑아내고 있다. 영화의 주 테마는 추격전이다. 물리적으로는 맨하탄의 공간을 샅샅이 파고들면서 추격 양상의 다양한 그림을 자연스럽게 유도해낸다. 단순히 추격전뿐만 아니라 총격전 역시 규모가 그리 크지는 않고 양상 역시 간단한 편이지만 공간을 유연하게 사용하면서 총격전 특유의 긴장감과 재미를 잘 이끌어냈다. 물리적인 측면에서도 그렇지만 서사적인 측면에서도 이러한 뻔한 재미가 많다. 경찰의 시점에서는 수사 과정을 차근차근 밟아가며 범인을 추격하는 맛이 있고 범죄자의 입장에서는 마약과 돈세탁에 연루되면서 벌어지는 도망 과정을 새롭진 않고 깊이감 역시 그닥이지만 그 부분들을 차례차례 밟아가며 필요한 인과를 채워가기에 장르적으로 기본적인 재미를 확보한다. 장르적인 재미에 집중하기 위해 영화는 곁가지들을 최대한 생략해놓은 편이다. 오프닝부터 장례식과 이후 내사 장면을 통해 주인공의 캐릭터를 분명히 하고 영화 첫 번째 강도 및 총격전에서도 보는 맛을 챙길뿐만 아니라 캐릭터를 분명히 한다. 이후 등장하는 캐릭터에 대해서도 첫 등장에서 성격을 확실하게 요약한 다음 모든 캐릭터들을 상황 안에서 자기 역할을 하도록 유도해낸다. 예를 들면 주인공 안드레의 경우 자신의 가족 상황이나 내사를 받는 자신의 상황에 대해 내적 갈등을 할 수도 있고 범인에 대해서도 자신만의 판단을 하며 갈등 요소가 있지만 수사를 하고 추격을 하는 그 형식에 충실한다. 물론 익숙한 장르적 공식만을 따라가기에 영화의 고점이 높은 편은 아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소구점이 약한 편이다. 경찰 영화라는 포괄적인 장르의 공식들을 이리저리 이행하다보니 깊이있는 이야기나 시청각적 표현이 있는 것은 아니다. 클리셰를 적극적으로 영화에 넣지만 이를 이용한다기보단 이를 이행하는 데 급급한 느낌이 든다. 그렇기 때문에 <21 브릿지>를 무작정 뛰어나다고만 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하지만 반대로 이 영화가 증명하는 것은 그 뻔한 지점에서도 일정 정도의 재미는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닌가 싶다. 보통 클리셰를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하지만 클리셰가 공식이 된데는 이유가 있다. <21 브릿지>는 그 클리셰를 충실하게 이행하는 데는 성공했고 그로 인한 기본적인 장르적인 재미는 느낄 수 있었다. 동네 분식집에 가서 라면을 시켰을 때 그 라면에 특별한 재료가 들어간다든지 그 라면이 특별하게 맛있어 누군가의 인생 음식이 되는 일은 잘 없다. 대부분 시중에서 나온 라면 상품을 끓여주고 끽해야 파 좀 썰어주거나 계란 풀어주는 정도가 전부니까. 특별히 다를 것 없이 우리가 익숙하게 먹어온 라면의 맛이 날 것이다. 반대로 라면을 싫어하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그 라면이 맛없다고 하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인생 음식은 아니어도 우리가 맛있게 수도 없이 먹어온 라면의 맛이 날 것이니까. 이 영화가 필자에겐 딱 그런 느낌이었다. 평범하고 뻔한 경찰 영화지만 그 뻔한 영화의 재미가 나름대로 잘 살아있기에 나쁘지만은 않은 영화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