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샤일록
2024.10.27
그러니까 대화를 하라고, 대화를! 나가이 타츠유키 감독 작품 중 독보적으로 답답하다
나가이 타츠유키 감독의 작품들을 보면 항상 말과 대화의 예민한 성질과 그 중요성에 대해서 실감하게 된다. 이번 신작 <후레루.>는 그 중에서도 독보적인 답답함을 자랑하는 작품이다. 주인공 3인방이 '후레루'라는 미지의 생물을 통해 서로 접촉하면 마음의 소리가 들리는 능력을 획득하고 절친이 되는데, 이들의 소통은 어디까지나 후레루에 의존할 뿐이지 막상 제대로 된 대화는 전혀 되질 않는다. 인간 관계에서 싸움이 아예 없을 수는 없다. 필요하다면 목소리를 높이고 자신의 마음과 의사를 꾸밈없이 전달할 줄도 알아야 한다. 그렇게 부딪치며 서로의 진심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되고, 진정으로 상대를 생각하는게 무엇인지 배워나가는 것이다. 어느 나라든지 겉으로 하는 말과 속마음이 다른 경우, 상대를 너무 배려한 나머지 꼭 해야하는 말을 하지 못하는 경우는 종종 보이지만, 다테마에(建前)와 혼네(本音)의 가치관이 깊게 박힌 일본이기에 이러한 주제와 설정이 더욱 큰 의미를 가지지 않나 생각한다. 주인공 3인방 중에서 '아키'는 초반엔 나가이 감독의 전작 <마음이 외치고 싶어해>의 '준'을 보는 느낌도 들었다. 그러나 준은 가정사로 인한 트라우마 때문에 말을 하는 것이 무서웠던 거라면, 아키는 어느순간 말하는 것이 귀찮다고 생각해서 하지 않다가 제대로 얘기하는 법을 잊은 것에 가깝다. 말하면 배가 아파오지만 무리해서 고함을 치기도 하고, 노래를 하거나 바디 랭귀지를 쓰면서 어떻게든 소통하려고 했던 준과 달리 아키는 말수가 적을 뿐이지 말하는 것 자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도 필요한 소통을 회피해서 짜증이 났다. 여담으로 이번 작품에서는 프로듀서 카와무라 겐키의 색이 더 짙어진 것 같다. 후레루의 영향이 주인공 그룹 뿐만 아니라 도시 전체로 번지며 스펙터클한 장면들이 연출되는 후반부에서, 그간 카와무라 겐키가 프로듀싱했던 다른 작품들 (예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재난 3부작) 의 레퍼토리가 겹쳐 보이며 기시감이 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