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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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17

사랑과 그리움 안에선 여전히, 앨리스.

종종 다시 보면 더 좋은 영화들이 있다. 오랜만에 다시 보게 된 <스틸 앨리스>가 그렇다. 왜 그럴까, 하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 사이 나에게 '기억을 잃어가는 사람을 지켜보는' 경험이 차곡차곡 쌓였기 때문인 것 같다. 어떤 영화의 서사는 어떤 인생의 변곡점과 반드시 닮아있을 것이라 생각하는데(다만 시기가 천차만별일 뿐) 내겐 이 시기에, 이 영화가 그런 존재인 것이다. . 새삼 <스틸 앨리스>를 원제 그대로, 한국어로 소리 내 번역한 것이 감사하다. 영화를 보고 나면 'steal'과 'still'의 사이에서 깊은 감정을 느끼기 때문이다. 마치 누군가에게 빼앗기듯 사라진 생의 기억,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언제나 앨리스인 사람. 그 한 사람으로 인해 주변인들의 기억도 조각조각 달라지기 시작하는데 그 모습이 이기적이라거나 제멋대로 느껴지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의 제목, 서사에선 늘 앨리스가 중심이라 하더라도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존이 되었다가, 리디아가 되었다가, 애나도 될 수 있다. 오히려 인력으로는 도무지 어찌할 도리가 없는 그 병 앞에서 마냥 무력감을 느끼기보다 때론 분노하고 때론 울고, 웃으며 곁을 지킨 그들이 대단하다고 느껴지기도 했다. . '상실의 기술을 배우라고 자신을 몰아붙이지 않겠다'라던 앨리스의 연설이 마음에 콕 박혔다. 그녀는 자신의 인생 대부분을 학문에 쏟았고, 그 학문의 원리 또는 원인의 찾는 삶을 살았다. 그런 삶을 쌓아온 그녀에게 상실마저 배움이 될 수도 있다니. 자기 일을 사랑했고, 자신의 삶을 최선을 다해 사랑해온 사람만이 그런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앨리스가 끝내 엄마와 언니의 기억을 놓지 않은 것은 그 어떤 상실의 '기술'이라도, 마음 깊이 간직한 그리움과 사랑의 기억은 지울 수 없다는 것을 가장 뜨겁고 진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녀가 그 사랑과 그리움 안에선 여전히, 앨리스 그 자체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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