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죽었는데 살았고요, 근데 산게 아니에요.

작은 어선 하나가 망망대해에 놓여 있습니다. 용수는 멍을 때리고 있고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영국의 표정은 비장합니다. 어선 무전기는 말썽이고 설상가상 그물에 다리가 걸린 용수는 바다에 빠질 상황입니다. 겨우 구출했지만 영국도 팔에 작은 부상을 입습니다. 용수의 어머니 판례와 용수의 베트남 아내 영란이 한 집에 모여 식사를 합니다. (판례가 한국에 살게 된 그에게 한국 이름 ‘영란’을 지어줬죠.) 영국까지 들어오면 식사시간은 북적거리죠. 영국은 작은 딸을 잃고 큰딸은 도시로 넘어간지 오래입니다. 어느 날 새벽… 영국의 배가 바다로 가더니 갑자기 외딴곳에 배를 정박시킵니다. 용수는 그 자리를 떠났고 급한 마음에 영국은 해경에 사망신고를 하러 갑니다. (동사무소가 아니고요.) 바다에 빠져 죽었다(는 가능성) 소식을 듣고 판례와 영란은 망연자실합니다. 하지만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죽은 게 아니라 사라진 것이죠. 영란의 이름으로 억대의 보험금을 남겨둔 상황이죠. 한편 서울에서 잘 살고 있을 형락이 탕아가 되어 돌아왔습니다. 몇 년 전까지 마을을 대표했던 사람이 말이죠. 용수의 죽음을 인정 못하는 두 사람 앞에 경찰은 여전히 수사 중이고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영국은 결국 큰 결단을 내리게 됩니다. 작은 어촌마을에서 벌어진 사기극을 다룬 작품. ‘불도저에 탄 소녀’에 이은 박이웅 감독의 또 하나의 묵직한 작품입니다. 전작과 달리 무게감과 위트도 보이지만 어민들의 삶을 비춰주며 이게 잘 살아가고 있는가란 의문을 주게 되죠. 농촌만큼이나 어촌도 인구수 감소로 고민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영화 속 영국이 허망하게 둘째 딸을 잃은 이유도 이와 관련이 있죠. 형락은 (전사가 살짝 나왔지만) 너무 많은 선박들을 처분하는 일들에 우두머리처럼 앞장서고 그길로 서울로 갔다가 (뭔가에 실패해) 다시 돌아온 인물입니다. 영화는 이외도 지역공동체 문제나 다문화가정의 이야기 등을 건드리는데 용수를 찾는데 돕겠다고 끝까지 나선 혁수는 고기를 잡지 않는다는 이유로 횟집 사장과 결탁한 경매사에게 따돌림을 당합니다. 하지만 형락을 배척함과 동시에 나이차가 큰 영란에게 죽은(실종된) 남편 대신 자신과 결혼하면 된다는 망발을 하기도 하죠. 수많은 속물로 가득 찬 곳에서 결국 선량한 이들도 악당이 되고 마는 것이죠. (영란이 사망신고를 하는 것은 영국이 바람을 넣은 것만은 아니죠. 추방당하기 때문에 어떻게든 살아야죠.) 슬프지만 손가락질을 당해도 빌런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에겐 EBS 간판 다큐 ‘극한 직업’ 아저씨(내레이션)으로 익숙한 윤주상 씨와 언니 양희은 씨의 동생이자 푸근한 인상의 배우인 양희경 씨 두 배우의 열연이 이 영화를 살리고 있죠. (사실 드라마에서 두 분은 자주 뵙지만 영화는 오래간만이죠.) ‘불도저에 탄 소녀’가 분노의 운전으로 나름의 분풀이와 복수를 한다면 역시 화가 많은 영국은 합리적으로 끝낼 수 없다면 불법이라도 해서 그것을 끝내야 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진실을 알게 된 판례는 다시 마을회관으로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동네 어르신들과 화투를 즐깁니다. 영국과 나눈 대화는 딱 두글자 입니다. ‘갔네…’ 이것은 슬픈 인사일까요? 안도의 한숨일까요? 이걸 아는지 모르는지 바다는 고요하고 갈매기들도 비상을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