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잿빛 절망 속에서 부치는 기록의 타래

과연 단 한 번이라도 파란 하늘을 제대로 본 적이 있을까. 예전에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흙빛 구름만이 뒤덮인 하늘은 당연하다는 듯 그 순수한 눈망울을 가득 메울 것이다. 웃음과 기쁨으로 잔뜩 도배를 해도 모자랄 방안에는, 박힌 모래주머니를 가리는 텁텁한 벽만이 무심하게 좁은 공간을 둘러싸고 있다. 셀 수 없이 몰아치는 포탄의 굉음, 부서지는 도시의 파편들, 바닥을 적시는 검붉은 피는 그 어떤 수식어를 붙이지 않아도 현실과 스크린의 경계에 상관없이 당시의 상황을 뼈저리게 깨닫게 한다. 이 절망의 바탕 위에서, 누군가가 카메라를 들었다. 그 행위는 비단 용기라는 말 하나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복합적인 감정의 산물일 테다. 아이와 함께 계속 그곳에 남아있는 그들을 어느 누가 비난할 수 있으랴. 독재에서 벗어난지 이제 막 30년의 세월을 겨우 넘은 우리가 그들에게 공감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그들의 투쟁은 더없이 정당하며, 생생한 날것의 현장이 전해주는 실상은 오히려 과분한 설득력을 낳는다. 아울러 이 영화는 ‘영화’로서 이전에 궁극적인 목적이 존재하는 묶음의 기록이다. 이 소중한 꾸러미가 감독이 염원하는 수신인에게 잘 전해지기를 간절히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