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조신익
2020.01.30
과정보다 과장된 상황에 집중하는 산만한 해프닝
<미스터 주: 사라진 VIP>(이하 <미스터 주>)는 여러모로 겹치는 구석이 많은 영화다. 설 연휴를 노리고 개봉하는 영화로서 동물이라는 주 소재가 겹치는 영화가 무려 두 편(<해치지않아>, <스파이 지니어스>)이나 있고 주연 배우 이성민도 <남산의 부장들>과 겹치면서 <히트맨>, <해치지않아>, <스파이 지니어스>와는 코미디라는 장르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아쉽지만 개인적으로 위 경쟁작들과 비교했을 때 <미스터 주>에서 특별한 강점을 느끼지 못했다. 동물이야 올 해만 세 편의 영화를 봤으니 그렇다 치지만 설정을 이끌어가는 과정에 집중하기보다는 과장된 상황만을 제시하며 웃기려고만 했던 것은 아닌가 생각해본다. 성공했으며 결벽증이 있는 주태주[이성민 분]의 캐릭터를 보여주는 오프닝은 특별하진 않아도 캐릭터를 압축적으로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후 동물과의 갈등과 딸과의 갈등을 보여주는 장면부터 영화는 조금 붕 뜬 감이 없지 않아 보인다. 엘리베이터에서 퍼그[김보성 분]와 마주치는 장면은 이미 주인의 행동에서부터 과장되어 있지만 퍼그의 어떤 행동에서 그 과장의 정도는 굉장히 심해진다. 이후 딸 서연[갈소원 분]과 만나는 장면에서도 서연은 논리적으로는 당연한 말이지만 굉장히 교과서적인 말을 줄줄이 내뱉는다. 영화의 메시지와도 직결되는 부분이라는 점에서 감안할만하지만 그 대사에 당도하는 과정은 빈약하고 곧장 메시지에 도착하는 느낌을 받았다. 영화가 가진 단점은 대부분 이쪽에 있다. 물론 코미디 영화의 특성상 과장과 생략은 빈번히 일어나고 관객들 역시 이를 감안하며 보지만 적어도 영화의 과장된 세계와 배경을 설득할 수는 있어야 한다. 당장 <해치지않아>만 보더라도 동물 탈을 쓰게 된 배경을 적당히 말이 되도록 설명했으며 <스파이 지니어스>는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에 잘 기대어 과장된 연출 톤을 영화 전반으로 확장시켰고 설 연휴는 아니지만 역시 올 초에 개봉한 <닥터 두리틀>은 아예 판타지로 장르를 확고히 했다. 물론 언급한 세 영화가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개인적으로 <닥터 두리틀>은 조금 심각하다고 생각하지만) 적어도 세 영화는 영화의 동물과 관련된, 허무맹랑한 배경을 받아들일 수단을 잘 마련해 놓았다. <미스터 주>의 단점은 이러한 장치가 전혀 없고 동물과 연관되어 곧장 코미디나 메시지로 달려간다는 것이다. 당연하게도 영화의 이야기 전개에서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이 많을 수밖에 없다. 영화의 주된 스토리라인을 머릿속으로 재구성해보고 거기서 만식[배정남 분]과 서연을 빼보자. '사라진 판다를 동물들과 협조하여 구출해낸다'는 메인 서사에 전혀 영향이 가지 않는다. 그나마 서연은 주인공 캐릭터에게 정서적으로 자극을 준다고 치지만 만식 캐릭터는 사실상 없어도 영화에 전혀 관계가 없는 캐릭터다. 오로지 코미디를 위해 편성된 캐릭터라는 느낌이 들고 그렇기 때문에 배정남 배우가 열심히 연기하고 있긴 하지만 영화에서 동떨어진 느낌을 많이 준다. 코미디를 유발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많이 아쉽다. 동물과 대화를 한다는 넌센스 상황을 활용하기는 하지만 그 상황을 깊게 파고들기보다 큰 연관성이 없는 상황으로, 혹은 영화 바깥으로 그 내용이 상당 부분 향하고 있다. 당장 염소[이선균 분]와의 대화는 영화 <타짜>를 연상시키는 대사를 다수 활용하고 있으며 민 국장으로 분한 김서형 배우가 출연한 드라마 스카이캐슬의 대사를 인용하기도 하고 개가 AI 스피커를 물어뜯는 과정에서의 스피커의 대사 등은 과하게 과장되어 있으며 동물과 대화를 한다는 상황과 전혀 연관이 없다. 차라리 햄스터[이순재 분]가 노인의 목소리로 '겨우 2살밖에 안됐는데'라는 식으로 던지는 대사들이 주는 넌센스한 상황이 더 자연스럽고 큰 웃음을 주진 못해도 기억에 남는다. 좋은 설정을 들고 오지만 자꾸 그 설정 밖에서 상황을 풀어가려 하는 것 같아 많이 아쉬움이 느껴진다. 물론 이 영화에서 재미 요소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화려한 동물 더빙진의 연기를 보는 것이 나름대로 새로운 느낌을 주기도 하고 사람을 연기하는 배우들 역시 뛰어난 연기를 보여주긴 하지만 그것만으로 이 영화의 단점을 모두 커버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어떻게든 상황을 살려보려 하지만 아쉽게도 그 상황을 설계하는 부분에서 미스가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오히려 일반적으로 우려되는, 동물들의 시각 디자인이나 행동 연출 등 디테일한 부분에서는 어색함이 전혀 없었고 굉장히 자연스러웠기에 이러한 영화의 단점들이 더더욱 아쉽게 다가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