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오더매드문 님의 영화 <버즈 오브 프레이(할리퀸의 황홀한 해방)> 리뷰 - 키노라이츠
액션 / 2020

2020.02.06 21:21:53
로튼토마토에서는 매우 크게 호평을 받고 있고, 왓챠에서는 아주 그냥 찬양수준이며, 네이버 영화에서는 욕을 대차게 먹고 있고, 그나마 중립적이고 온건한 편인 키노라이츠에서는 반반 호불호가 갈리고 있다. 그야말로 각자 사이트의 극단적인 성향과 질 낮은 수준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럼 난 이 영화가 어땠냐고? 키노라이츠의 편에 서겠다. 장점과 단점이 매우 뚜렷하고, 범작과 졸작의 중간 어딘가에 있는 영화.

일단 대다수가 얘기하기 꺼려하는 페미니즘에 대해서 툭 까놓고 말해보자. 민감한걸 그냥 초반에 확 꺼내는 게 차라리 낫지. 이건 그 어느 히어로영화보다 전면적으로 여성주의를 당당하게 내세우고 있다. 일단 필자가 여기서 어떤 스탠스에 있는지 먼저 밝히자면, 난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하고 <엑스맨: 다크 피닉스>가 페미니즘과 정치적 올바름을 이유로 욕먹는걸 도저히 이해 못하겠다. 다양성과 평등을 외치는 메시지는 절대로 나쁜 것이 아니며, 그런 주제를 영화에 위화감 없이 자연스럽게 잘 녹여내면 오히려 더 좋지 뭐. 개인적으로 <캡틴 마블>은 여성이라는 테마를 적절하게 이야기에 잘 넣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언급한 세 영화 모두 자기가 얘기하려는 걸 너무 지나치게 무리수로 영화에 우겨 넣으려고 하지 않았다. 그런데 <버즈 오브 프레이(할리 퀸의 황홀한 해방)>은 그랬다. 그러니까 남성우월주의와 남성 대부분이 지배해서 여성이 차별 받는 그런 차별을 얘기하려면 그걸 뒷받침하는 것이 필요하다. 여성을 낮잡아보는 남자악역이 이야기 안에 있다면, 어떤 사상과 성격에서 그런 건지, 사회적으로 어떤 이유로 이게 정당화되는지 등등…… 입체적인 캐릭터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관객이 설득될 수 있다. 실제 현실의 나쁜 남성들의 모습을 담아야 개념이 있다면 “아 저러는 건 나쁜 거니 반성해야겠구나”라고 알게 될 수 있는 법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 나오는 두 빌런을 보자. 스포일러라서 자세히 말할 수는 없지만, 굉장히 여혐에 찌든 캐릭터들이다. 그런데 1차원적이고 너무 현실감이 없다. 마치 “난 여자들을 혐오하고 이유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난 이 영화에서 여자들을 무조건 혐오해야 하지”라고 말한다. 영화 자체도 “나도 왜인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어쨌든 여성들은 위대하고 서로 연대해야 하지”라고 말하는 것 같다. 또 조커 역시 왜 갑자기 이런 찌질한 놈으로 변해버렸는지 모르겠다. 페미니즘을 넣고 싶었다면 이야기와 주제를 확실하게 탄탄하게 만들거나, 아니면 차라리 그냥 모조리 싹 다 빼버리는 게 나았다.

등장인물들도 겉모습은 간지 넘치지만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별로 매력이 없다. 영화 보는 내내 자꾸 의구심이 들더라고. 쟤는 뭐는 싫다면서 정작 저런 행동은 왜 하지? 그러다가 왜 갑자기 변심하지? 쟤는 왜 갑자기 적이랑 협조하지? 아니 그래도 협조하는 거는 그러려니 넘겨도 왜 갑자기 친해지지? 쟤는 어차피 목적을 이미 달성했는데 왜 또 저러는 거지? 무엇보다 얘네는 사실상 플롯에 영향을 끼치는 게 거의 없는데 비중과 분량을 왜 이렇게 잡아먹지? 악역은 최후가 왜 저렇게 허무하지? 개연성이 헐렁해지는 순간들이 너무 많다. 특히 할리퀸이 가장 심하다. 원래 속내를 알 수 없고 종잡지 못하는 캐릭터이기는 하지만 수스쿼에서도 그렇고 왜 저렇게 이상하게 감정에 휘둘리는지 모르겠다.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수어사이드 스쿼드>, <저스티스 리그> 모두 등장인물의 행동동기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대충 넘겨버릴 때가 많다. 이번도 조금 그런 경향이 있다.

그래도 배우들이라도 호연했으면 괜찮으려니 바랬으나 그조차도 아쉽다. 그나마 마고 로비는 자살특공대에 이어서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오로지 연기력으로 할리퀸을 끌고 나간다. 영화의 전체적인 흥겨운 분위기를 잡아준 건 마고 로비의 공이 매우 크다. 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티드는 자기만의 독특한 분위기가 있는 배우다. 하지만 이번에는 자기 개성을 살리지 못하고 캐릭터 안에 들어가지도 못한 채 항상 겉돈다. 아니 애초부터 자신에게 어울리는 배역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카산드라 케인을 맡은 엘라 제이 바스코의 연기력이 끔찍할 정도로 형편없다.

그래도 분명 재미만은 확실히 있는 영화다. 자기만의 스타일이 개성 넘치기에 그러하다. 가이 리치하고 타란티노와 데드풀에서 크게 영향을 받은듯한 애니메이션과 중구난방 이야기전개는 지루함을 모조리 없애버린다. 이런 잔재주로 시종일관 아쉬운 완성도를 수시로 덮어낸다. 이번에도 의상팀과 미술팀이 영화를 알록달록 멋지게 꾸며주었다. 이것도 아카데미 의상상하고 분장상 후보에 올라야 한다. 여성 뮤지션들의 OST와 사운드트랙도 듣기 좋다. 이동진 평론가가 수스쿼를 혹평했다. 감독하고 제작진이 자기가 가진 소재의 잠재력을 보지 못하고 이상한 방향으로 틀어버린다고 말했었지. 이번엔 어느 정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감을 살짝 잡은 것 같다. 등급을 올린 것도 좋은 선택이었다.

특히 이 영화의 가장 좋은 점은 바로 액션이다. <존 윅> 시리즈를 모두 감독하고,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의 액션신도 부분적으로 연출한 채드 스타헬스키가 참여한 덕분인지 과연 화려하다. 가끔씩 동작이 너무 느리고 힘에 부치는 게 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아이디어를 짜고 싸우느라 고생한 게 보인다. 이젠 할리우드 상업영화도 몸싸움을 연출하는 것에 있어서 질적으로 높아진 것 같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해보자면…… 다시 말하지만 분명 재미는 있다. 하지만 더 재미와 완성도를 뽑을 수 있었는데 중간에서 그쳐버렸다. 할리퀸이 악역 로만한테 이렇게 말한다. “넌 그렇게 복잡하지 않아.” 그리고 로만도 할리퀸한테 이렇게 되받아 친다. “그러는 너도 그렇게 똑똑하지 않아.” 이 영화의 단점을 함축해서 보여주는 대사다.

한줄평
- "넌 그렇게 복잡하지 않아" "그러는 너도 그렇게 똑똑하지 않아"

블로그 리뷰
- https://blog.naver.com/themadmoonio/221800523002
해당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한 달 전
마고로비가 연기를 잘하는건 알고있었는데이번 영화보면서 열심히도 하는구나 느꼈네요
한 달 전
@고추장청정원 연기가 빠르게 늘고있다는 칭찬에 "당연하죠! 버는 족족 연기 수업에 엄청 쏟아붓는데!"라고 너스레 떨었다는걸 본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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