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m.blue
2020.02.10
어떤 기억은 평생을 살게 한다.
그런 날들이 있다. 분명 짧았는데 엄청나게 길게 느껴지는 순간, 아득히 먼 과거의 일인데 마치 어제처럼 생생하게 기억나는 순간들이. <스탠 바이 미>는 그런 순간들을 곱씹어 생각해보게 만든다. 그리고 그런 날들을 겪었던 우리의 곁엔 언제나 누군가가 있었다고 이야기한다. 때론 장난처럼, 때론 곧은 자세로 앉아 천천히 들려주는 이야기처럼 말이다. . 영화는 이들의 모험을 '시체를 찾아 영웅이 되고 싶은 아이들의 치기 어린 이야기'로 그린다. 하지만 '시체'라는 목표에 도달할수록 영화를 보는 우리는 조금씩 깨닫게 된다. 별거 아닌 것 같은, 이들의 장난스러운 이야기가 결국 이들 중 누군가의 인생엔 하나의 거대한 계기로 자리하게 될 것을. 그리고 그 안에서 우리의 경험을, 잠시 빛바랜 기억을 꺼낸다. 현재의 나를 이룬 기억과 관계, 작은 사건의 조각들을 모아본다. 이 영화의 힘은 바로 이것에 있지 않을까? 작디작은 모험에서 시작해 영화 밖 관객의 인생 속 사소한 모험을 더욱더 깊게 들여다보게 만드는 경험 말이다. 이 경험은 꽤 큰 울림을 주고, 인생의 동력은 커다란 것이 아니라 사소함에서 나오는 것임을 깨닫게 만들기도 한다. . 평생이라고 해봤자 손가락을 몇 번 접었다 펴면 끝날 이들의 인생에서 고디는 '죽음'을 가장 근접해 겪는 인물이다. 영화의 시작이 고디의 현재인 것, 영화가 끝날 때까지 고디의 나레이션이 함께 하는 것은 결국 죽음이라는, 믿기 힘든 실체를 보고야 말겠다는 그 사건이 고디의 현재를 뒤바꿔놓은 계기가 되었음을 알린다. 그리고 영화가 끝날 때, 고디는 자상한 아빠가 되었음을 보여준다. 형이 죽고 형을 대신하지 못할 것이라는 트라우마에 시달린 그가 이만큼이나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그 별거 아닌 모험의 역할이 컸음을 알 수 있다. 더 나아가 그 별거 아닌 모험 속, 별거 아닌 존재로 남을 수 있었을 친구들의 역할이 더욱 컸을 것이리라. 친구들과 나란히 걷고 뛰던 고디를 떠올려보면 인생에서 때론 그저 걷는 일이 차를 타는 일보다 나를 더 성장시킬 수 있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