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맨드로바
2020.02.14
스포일러 주의!
- 두 김씨의 표류기 - 빚 독촉 등의 시달리다 자살시도를 한 ‘남자 김씨’(정재영)는 그것마저 실패를 하고 한강의 밤섬에서 살아보기로 한다. 무인도 야생의 삶에 익숙해질 무렵, 익명의 쪽지가 담긴 와인병을 발견하고 그의 삶은 알 수 없는 희망으로 설레기 시작한다. 쪽지를 보낸 사람은 ‘여자 김씨’(정려원). 히키코모리처럼 자신의 좁고 어두운 방이 온 지구이자 세상이라 생각하는 그녀는 그녀만의 생활리듬을 지키면서 3년 째 방안에서 지낸다. 유일한 취미인 달 사진 찍기에 열중하던 어느 날, 멀리 한강의 섬에서 낯선 모습을 발견하고 그에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다. <김씨 표류기>는 2009년에 개봉된 작품으로, <천하장사 마돈나>(2006)로 데뷔했던 ‘이해준’감독의 두 번재 작품이었다. ‘이해준’ 감독은 이후 이 작품의 촬영감독이었던 ‘김병서’감독과 함께 <백두산>(2019)을 제작했다. 경제적 문제로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한강의 무인도에(남자 주인공은 섬 이름을 모르고 있었다.)정착하게 된 ‘남자 김씨’와, 외부와는 단절한 채 방안에서 ‘히키코모리’생활을 하는 ‘여자 김씨’의 기묘한 연락으로 시작되는 코미디 영화이다. 물론 단순한 코미디 장르의 영화가 아닌 사회적인 문제들을 지적하고,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주는 드라마적인 장르도 겸하고 있다. - 독특한 표류 코미디 - 두 사람은 각자에 공간에 갇혀 있다. 서울 한강 한가운데에 있는 밤섬에서, 아파트 집의 방 안에서. 그들은 사회에게 구조를 요청했을지도 모른다. 도와달라고, 살려달라고. 하지만 귀 기울여 주는 사람 하나 없다. 그래서 스스로의 선택으로 공간에 정착하고 삶의 도피처이자 안식처로써 그곳을 선택한다. 세상으로부터 도망치는 그들의 독특한 교신을 보고 있자면 단순한 코미디 영화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남자 김씨’는 쓸쓸함과 외로움, 고독함에 벗어나고자 죽음을 선택했지만 섬에 살다보니 죽음의 선택을 버리고 더럽지만 즐거운 자연인으로서의 새로운 삶을 선택한다. 남들 눈에 개의치 않아도 되니 말이다. 한편, ‘여자 김씨’는 방 안에만 틀어박혀 지내고 다른 이의 사진을 도용하면서 미니홈피 생활을 즐긴다. 학창시절 당시 상처를 받았고 이후 마음의 문을 닫은 채 ‘히키코모리’적인 생활을 한다. <김씨 표류기>는 그들을 도와주기는커녕 외면만 하는 현실을 비판하고 위와 같은 사회적인 문제들까지 거론하면서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우리 주변과 당신에게도 겉으로는 잘 지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외로움에 물들어 있고 표류하는 방이 있는가? 있다면 어떻게 그 방에서 나오게 해야 하는 걸까? ‘남자 김씨’와 ‘여자 김씨’는 와인병에 담은 쪽지와 모래사장에 그려 넣은 메시지부터 시작해서 ‘남자 김씨’의 소원인 짜장면을 통해 소통의 길을 이어간다. 짜장면 먹방이 이토록 슬프게 다가오는 장면은 없을 것이다. 그 와중에 부랴부랴 고생하는 짜장면 배달부 아저씨는 덤이다. - 왜 성공하지 못했을까 - 신비한 몽타주 기법과 전체적으로 아름다운 색감 등, 내내 신비하게 다가왔던 <김씨 표류기>는 한국영화 최초 한강 밤섬에서 촬영했고(아마 한국영화로는 처음이자 마지막 밤섬 로케이션 촬영일 것이다.) 50억 원이라는 큰 예산을 들였음에도 흥행은 실패했다. 제일 큰 원인은 포스터에 있다고 본다. 후반부로 갈수록 코미디의 색 대신 드라마로 채워지는 인상적인 작품이었지만 전형적인 코미디 영화 스타일의 포스터로 인해 당시 관객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었고, 개봉 이후에야 재조명을 받는다. 반면 위 이미지처럼 해외판 포스터는 단 한 장의 이미지만으로도 영화의 본질을 그대로 드러내어서 한국판 포스터와는 큰 차이점을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