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송씨네
2025.01.05
우리 삶에 구조가 필요한 순간들.
도자기를 이용한 조각을 하는 리지는 며칠 뒤 자신의 작품전을 열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옆집에는 오랜 친구이자 역시 예술가이고 리지보다 더 먼저 작품전을 준비 중인 ’조‘가 살고 있죠. 조는 낡은 집을 수리해 리지와 같이 살고 있죠. 리지는 며칠 뒤 작품전도 고민이지만 얼마 전부터 나오지 않은 온수 때문에 예민한 상태죠. 어느 날 새벽에 반려묘 리키가 비둘기를 데려와 우당탕탕 하게 되고 그 쫓은 비둘기를 조가 다시 발견하게 됩니다. 치료를 마친 조는 전시회 준비 때문에 비둘기를 리지에게 맡기고 가뜩이나 바빠서 자신이 일하는 예술 학교까지 휴무를 내고 온 상황에 머리가 복잡해지죠. 한편 예술 학교장이자 리지의 엄마인 진은 리지의 오빠 숀을 돌보고 오라고 요청하는데 뛰어난 예술가였지만 어떤 트라우마 때문인지 방구석에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죠. 자신이 즐겨 보는 채널을 이웃집이 전파를 막아며 불안해하는 모습에 덩달아 리지도 불안해합니다. 엄마와 별거한 아빠 빌은 친구부부가 아빠 집에 기거 중인데 거의 기생충 저리가라의 빌붙어 사는 상황. 분명 비둘기를 데려온 것은 조인데 비둘기를 맡지 않는 날이 많아지고 여전히 온수는 나오지 않습니다. 심지어 아끼는 작품 하나는 가마 온도의 불규칙으로 반쯤 그을려 있습니다. 전시회는 코 앞인데 이것저것 불안감이 엄습해옵니다. 조각 전시회를 앞두고 벌어지는 아주 자잘한 상황들을 다루었습니다. 다친 비둘기, 나오지 않는 온수, 아빠의 친구들, 오빠의 상태 등 자신의 작품보다 우선순위가 바뀌는 상황들 투성이죠. 하지만 정작 리지 자신은 비둘기만도 못한 구조되지 못한 상황을 보여주죠. 어느 것도 나아가지 못한 상황에서 전시회 당일 뭔가 일이 터질 것 같은 느낌이죠. 비둘기가 극심한 스트레스 상태라는데 리지에 대입하면 딱 맞죠. 아이러니한 것은 리지는 불안한데 조의 준비과정이나 이들이 몸담았던 예술 학교의 풍경은 평온 그 자체입니다. 도자기, 미술, 조각, 영상 등의 커리큘럼이 있고 심지어 풀밭에서 벌어지는 무용도 있지요. 이렇게 삶은 평온해 보이는데 그렇지 않다는 게 함정이죠. 그런데 이런 불안정한 폭탄을 안고 사는 리지는 정작 전시회는 약간의 사고(?)를 제외하고는 무사히 끝마치죠. 서부시대에 이방인 청년들의 창업도전기를 다룬 ‘퍼스트 카우’를 만든 켈리 라이카트의 신작입니다. 이번에도 거창한 사건을 나열하는 방식이 아닌 우리 주위의 어디선가 볼 수 있는 사람들의 평범한 사건들을 그린 영화죠. 비둘기는 정작 날고 싶은데 사람들이 아직은 위험하다고 붕대로 칭칭 감아버리죠. 엔딩의 비둘기가 본 시선은 리지와 조의 시선이기도 합니다. 구조되지 못했다고 걱정하지 마세요. 길은 어떻게든 열려있으니까요.
